비 오는데 배수로 막히고 점검도 누락…6년 방치가 부른 옹벽 참사

사고조사위 "배수 설계 미흡·뒤채움재 불량이 붕괴 주원인"
국토부 "부실 옹벽 전수조사"…배수 설계 기준 강화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져 소방관들이 매몰된 차량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16 ⓒ 뉴스1 김기현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지난해 경기 오산에서 발생한 보강토옹벽 붕괴사고가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전 단계의 복합 부실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중대 결함을 법령에 명시하고 전국 보강토옹벽 특별점검에 나서는 등 고강도 재발방지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배수로 막혀 수압 급증"…오산 옹벽 붕괴 원인 규명

26일 국토교통부와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해 7월 16일 오후 7시 4분께 오산시 가장동 서부우회도로 인근 보강토옹벽 40m가 무너져 차량 2대가 매몰되고 1명이 숨지며 1명이 다친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사조위는 학계와 업계 민간 전문가 10명으로 위원회를 꾸려 지난해 7월 2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7개월 동안 현장조사 설계도서 검토 청문 지반조사와 품질시험 등 21차례 회의를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했다.

사조위는 옹벽 상부 배수로와 포장면 균열을 통해 유입된 빗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보강토 옹벽의 뒤쪽 공간을 채우는 흙인 '뒤채움재'가 약화하고 옹벽에 작용하는 수압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고 직전 시간당 39.5mm의 집중호우로 균열과 땅꺼짐 부위를 통해 유입되는 빗물이 더 늘며 구조 안전성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설계 단계에선 보강토옹벽 위에 L형 옹벽이 설치되는 복합 구조에 대한 위험도 분석이 부실했고 배수 설계가 미흡했으며 뒤채움재 품질기준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시공사는 세립분이 많이 포함된 흙을 뒤채움재로 쓰는 등 부적정 시공을 했고 자재 변경 승인과 품질시험 여부를 입증할 자료도 남기지 않은 채 설계변경을 반영하지 않은 최초 설계도면을 준공도면으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리와 감독 역시 이런 문제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오산 보강토옹벽 붕괴과정(국토교통부 제공).ⓒ 뉴스1
FMS 미등록에 점검도 없었다…6년간 관리 공백이 부른 인재

해당 시설물은 2011년 준공됐지만 2017년에야 오산시에 인계됐고 2023년 개통 전까지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등록되지 않아 정기 안전점검 등 법적 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 같은 시공사가 공사한 다른 구간에서 2018년과 2020년에 보강토옹벽 붕괴사고가 두 차례 발생했지만, 안전성 검토와 재발방지 대책은 미흡했고 2023년 정밀안전점검에서 배수불량과 배부름이 지적됐음에도 후속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20여일 전부터 포장면 땅꺼짐과 붕괴 우려를 알리는 민원이 국민신문고로 여러 차례 접수됐지만 관리주체는 원인 분석과 안전성 검토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오균 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건설 프로세스 전반에서 발생한 총체적 부실의 결과"라며 "유사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철저히 대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강토옹벽 위 L형 옹벽 복합 구조에 대한 하중 적용과 시공 방법을 명확히 규정하고 배수시설 설계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또 FMS 등록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누락 시설에 이행명령을 내리고 미등록 및 설계도서 미제출 시 과태료와 벌칙을 강화하는 등 시설물안전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한다. 전국 복합 구조 보강토옹벽과 배수 설계를 전수조사해 미흡 시설에 대한 특별점검과 보수 보강을 실시하고, 사고 책임 주체에 대해선 행정처분과 수사 의뢰 등 후속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