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한 템포 늦출 '용기'가 필요한 때 [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서울과 수도권 남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아파트 갭투자의 '문'이 잠시 열렸다. 다주택자에겐 퇴로가, 무주택자에겐 진입로가 동시에 허용된 셈이다. 계약 기한은 5월 9일까지이지만 허가 기간(15~20일)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거래 시한은 4월 중순 전후다. 시간이 넉넉지 않다 보니 일부 다주택자가 서둘러 매물을 내놓고 있다. 설 연휴 이후에는 강남과 비강남을 가리지 않고 절세 매물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의 관심은 결국 집값의 향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설 연휴 직전인 2월 둘째 주(2월 9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2%(수도권 0.17%) 상승했다. 이를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18%를 웃도는 수치다. 다만 이는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발표(12일) 이전 조사 결과다. 설 연휴 이후에는 상승률이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
시세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의 결과다. 시세보다 낮은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은 상승 탄력을 받기 어렵다. 통상 시세는 매물의 움직임보다 늦게 반영된다. 매물 증가 속도와 정책 메시지를 고려하면 다음 달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가격 하락세 전환이 나타날 수 있다.
관건은 다주택자 매물을 시장이 모두 소화할 수 있느냐다. 대출 문턱이 여전히 높아 일시적인 '소화불량'이 생길 여지도 있다. 수요자의 심리 역시 보수적으로 변한다. 혹시 내가 가장 비싼 시점에 매수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른바 '풉(FOOP·Fear Of Over Paying) 증후군'이다.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한발 물러서 관망하려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절세 매물은 5월 9일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가 1주택자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요건 강화가 현실화할 경우 매물 잠김 현상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는 정부 정책이 집값의 70~80%를 결정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한다. 정부 정책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내 집 마련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타이밍과 가격 경쟁력, 즉 매입가를 낮추는 전략이다. 지금은 이 두 카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구간이다. 특히 타이밍이 중요하다. 폭풍우가 치는 와중에 굳이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비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는 편이 현명하다. 정책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힌 뒤 움직여도 늦지 않다. 적어도 올해만큼은 실수요자에게 시간이라는 우군이 있다.
한동안 '급매물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상 시세보다 5~10% 저렴하면 급매물로 분류된다. 인기 지역에서는 3~5%만 낮아도 급매물로 인식된다. 급매물 탐색 능력도 중요하다. 마음에 드는 급매물을 잡으려면 지역과 대상을 최대한 넓히는 게 좋다. 손품과 다리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미리 부동산중개업소에 연락해 매물이 나오면 가장 먼저 통보해 달라고 요청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계약부터 잔금까지 2~3개월이 걸리지만, 급매물은 단기 결제나 일시불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자금력이 관건이다.
요컨대 지금은 조급한 결단보다 준비된 기다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무리 없이 손을 뻗을 수 있다. 내 집 마련, 지금은 한 템포 늦출 용기가 더 값질 수 있다.
☞ 한쪽에 쏠리기보다 중심추를 잡고 부동산시장을 균형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나와 강원대에서 부동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KDI 경제전문가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인의 부동산심리', '부동산미래쇼크','박원갑 박사의 부동산트렌드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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