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에 '양도세 중과' 복귀…일시적 매물 출회, 지속성엔 의문
보유세·대출 규제 그대로…중과 시행 이후 매물 잠김 우려
"유예 기간 4개월, 토허제 내에선 매도 사실상 어려워"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와 함께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세제 손질을 예고했다. 1주택자라 하더라도 실거주 목적이 아닐 경우 세 부담을 높여, 부동산 보유를 통한 기대 심리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보유세는 그대로 둔 채 거래세 부담만 키우는 방식인 만큼, 매물 출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설령 매각에 나서더라도 대출 규제 등으로 이를 받아줄 수요가 부족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5월 9일 종료는 2025년 2월에 이미 정해진 사안"이라며 "비정상으로 인한 불공정한 혜택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에서 도입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는 4년 만에 종료되고, 5월 10일 이후 양도분부터는 양도세 중과가 다시 적용된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의식한 듯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세금 강화보다는 공급 확대를 통한 주거 안정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기조였다.
그러나 최근 집값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지면서, 정책 기조를 일부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8.98% 상승하며, 한국부동산원이 통계 공표를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시점에서 공급 대책만으로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세제 개편 방향은 보유세 인상과 거래세 인하였다.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거래 비용을 낮춰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이른바 '정공법'이다. 실제 이 대통령 역시 대선 과정에서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며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보유세 인상 요구가 제기됐던 것은 이 같은 인식을 뒷받침한다. 다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부동산 민심 악화를 우려한 정치적 부담 탓에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결국 새로운 세제 개편 대신 기존 양도세 중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양도세 기본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6~45%가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매도할 경우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자 이상은 30%p의 가산세율이 추가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까지 더하면 3주택자의 최고 실효세율은 82.5%에 달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를 20억 원에 매입해 35억 원에 매도, 15억 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한 사례를 제시했다. 이 경우 중과 적용 전에는 양도세가 약 5억 6800만 원이지만, 중과가 적용되면 3주택자의 세 부담은 10억 원을 웃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 없이 거래세 부담만 높이는 방식으로는 기대했던 매물 유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중과 유예 종료까지 불과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는 그대로 둔 채 거래세만 높이면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어렵다"며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래는 절차가 복잡하고, 명절 등 변수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움직일 시간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시적으로 매물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중과가 본격 시행되면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식으로 세제 방향을 보다 전향적으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정부는 5월 9일까지 계약이 체결된 건에 대해서는 중과 유예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잔금까지 치러야 중과를 피할 수 있었다.
수요 측면의 제약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출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고가 주택 매물을 소화할 실수요층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결국 시기의 차이일 뿐 세 부담은 높아지는 구조"라며 "매물을 내놓더라도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이를 받아줄 수요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예 종료 이후에는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중과를 시작으로,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논의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 임대차 시장에 미칠 파장 역시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고 교수는 "집주인들은 정권에 따라 세제 정책이 바뀐다는 점을 이미 학습한 상태"라며 "매도보다는 월세 인상을 통해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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