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라더니 물려줬다…양도세 중과가 부른 '증여 러시'

지난달 서울 증여 1054건, 3년 만에 최대치
증여도 매물 출회로 인식…시장 잠김과 장기 보유 심화 전망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예고하자, 강남권과 서울 주요 지역 집주인들이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며 '증여 러시'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지역 집합건물 증여 등기 신청 건수는 1054건으로, 2022년 12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에는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 증여 등기 급증…강남 3구·비강남권 모두 상승세

2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초구의 집합건물 증여 등기 건수는 전월 40건에서 89건으로 122.5% 급증했고, 강남구도 79건에서 91건으로 15.2% 증가했다.

비강남권 주요 선호 지역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중구는 한 달 새 18건에서 64건으로 255.6% 늘었고, 마포구와 성동구는 각각 50% 증가했다. 용산구도 35.7% 늘어나며, 서울 상급지일수록 매각보다는 증여를 통한 장기 보유 전략을 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증여 러시는 정부가 5월 만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과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다. 5월 10일 이후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매도할 경우,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자 이상은 30%p의 가산세가 부과된다. 지방소득세 10%까지 포함하면 3주택자의 최고 실효세율은 82.5%에 달한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하루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부동산 메시지를 내놓으며, 다주택자 증여도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관련해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불공정 혜택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엑스(X·구 트위터)에 다주택자 증여 러시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집이든 뭐든 정당하게 증여세 내고 증여하는 건 잘못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도, "버티기? 뻔히 보이는 샛길인데, 그걸 알고도 버티는 게 이익이 되도록 방치할 만큼 정책당국이 어리석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李대통령, 증여도 시장 상황으로 판단…'버티기' 대응 경고

이 발언은 정부가 증여를 단순한 사적 처분으로 보지 않고, 매물 출회 효과까지 포함해 시장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양도세 중과 유예 재연장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연장하는 법 개정을 또 하겠지'라고 생각했다면 그게 오산"이라며, 지난 4년간 유예 반복으로 인한 시장 혼란을 고려해 5월 9일까지 계약한 경우에는 중과세 유예를 적용하는 연착륙 방안을 국무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선호 지역일수록 가격 조정 기대가 낮아, 다주택자들이 증여를 통해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매물 출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강남권 등 가격 방어력이 있는 지역에서는 증여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증여 자체를 규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일부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중과가 본격 시행되면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권과 마용성 등 핵심 지역에서는 증여를 통한 장기 보유 전략이 강화될 전망이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