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수도권 일극 깨겠다"…'5극 3특' 광역 통합 국토 구상
대전·충남·광주·전남부터 통합 추진…연 최대 5조 재정 패키지
재정·권한·공공기관 이전 묶어 지방 주도 성장 축 구축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토균형발전을 '성장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 두고, 지방 주도 성장과 광역 통합을 축으로 한 새 국토 구상을 본격화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을 기점으로 '5극 3특 체제'를 구축하고, 재정·권한·공공기관 이전을 묶은 패키지 지원으로 수도권 일극 구조를 흔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일극 체제였던 대한민국의 국토를 지방 주도 성장을 이끌 '5극 3특 체제'로 재편하겠다"고 밝히며 광역 통합을 국토 전략의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추진을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정치적 유불리와 무관하게 행정·재정·제도 지원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방 재정 구조와 관련해 "지방 재원 배분이 72대 28 수준인데, 최소한 6대 4 정도는 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지방에 더 많은 재정·권한을 넘기는 방향이 통합의 전제라고 강조했다. 광역 통합을 통해 일정 규모를 갖춘 권역을 만들고, 여기에 재정·조직·산업을 집중해야 수도권과 경쟁 가능한 성장 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통령은 통합 인센티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지방의 '실질 선택'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통합 광역단체에 대해 연간 최대 5조 원, 임기 내 최대 20조 원 수준의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이 재원을 단순 SOC가 아니라 지역 산업·정주 기반 확충에 쓰도록 가이드라인을 두겠다고 밝혔다.
재정뿐 아니라 부단체장 증원, 직급 상향, 조직 권한 이양 등 행정 권한 분산도 예고했다. 공공기관 이전 역시 '흩뿌리기'가 아니라 통합 권역에 집중 배치해, 인구·기업·연구기관이 함께 모이는 효과를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남부 해양수도 벨트, 중부 행정벨트, 수도권 문화·경제수도 등 권역별 기능 분담도 이런 설계 위에 놓인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의 한계를 에너지·입지 문제까지 묶어 설명했다. 용인 반도체단지를 예로 들어 "13기가와트 전력이면 원전 10기 수준"이라며, 전력·용수·환경 부담을 감안하면 대규모 산업을 수도권에만 몰아넣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 차등, 재생에너지 입지, 송전 비용 등을 고려하면 에너지 여건이 좋은 남부·비수도권으로 산업이 이동할 수밖에 없고, 국토 전략도 그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국토균형발전을 단순한 '지역 배려'가 아니라, 인공지능·데이터센터·반도체 등 전력 집약형 산업 시대에 필연적인 구조 재편 과제로 보는 시각이다. 땅값·물가·에너지·규제·인프라를 종합적으로 설계해 비수도권을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이 맥락에서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분권의 핵심은 권한과 재정"이라고 못 박으며, 현재 구조에서는 지방이 집행의 75%를 담당하면서도 재정 자립도가 낮아 실질 자치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방에 더 많은 세원과 재량을 넘기지 않으면, 광역 통합이 형식적 규모 확대에 그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가장 큰 장애'로 꼽으면서도, 현 시기를 "통합을 밀어붙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로 규정한 점도 눈에 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외에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까지 동시 통합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재정 여력과 정치적 반발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이번 메시지는 집값과 주거 문제의 해법 역시 수도권 집중 완화와 자산 구조 전환에서 찾겠다는 기존 발언과 맞닿아 있다. 수도권으로 인구·자본·일자리가 몰리는 한 집값 안정과 산업분산은 한계가 있다는 인식 아래, 지방 주도 성장 전략을 통해 주거·산업·재정·행정이 동시에 이동하는 국토 구조 변화를 노리고 있다.
다만 광역 통합이 실제로 성사될지, 재정 인센티브가 지역 정치·시민사회의 저항을 넘어설 수 있을지, 공공기관·기업 이전이 인구 이동과 양질의 일자리 확대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국토균형발전을 '정치적 구호'가 아닌 재정·권한·산업 배치가 결합된 실질 전략으로 완성할 수 있을지, 향후 몇 년이 이 구상의 성패를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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