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약정 지연에 멈춰 선 공공임대…공사비 연동형 매입 '스톱'

PF 막혀 착공 대기만 5000가구 이상…수도권 전반 확산
LH "특정 사업 의도적 중단 없어…적정성 검토 과정"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공사비 연동형 신축매입임대주택 사업이 변경약정 지연으로 곳곳에서 멈춰 서며 공공임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업 신청 이후 1년 넘게 약정이 체결되지 않으면서 민간 사업자들이 PF 대출과 보증을 받지 못해 착공을 앞둔 물량만 5000가구 이상이 사실상 발이 묶인 상태다.

변경약정 1년 지연에 PF 막혀…착공 앞둔 5000가구 '스톱'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연동형 매입임대 사업 일부는 사업 신청 이후 1년이 넘도록 변경약정이 체결되지 않아 자금 조달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변경약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금융권에서는 '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PF 대출 자체를 검토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공사비 연동형 매입임대는 토지는 감정가로, 건물은 외부 원가계산 기관이 산정한 실제 공사비를 반영해 매입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으로 기존 감정평가 방식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속에, 공공임대주택 공급 위축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사비 검증 절차까지 모두 마쳤음에도 변경약정 단계에서 사업이 장기간 멈춰 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의 한 사업지는 2024년 하반기 선정 심의와 예비약정을 완료했지만, 설계 확정과 공사비 증감분을 반영하는 변경약정은 현재까지 체결되지 않았다.

변경약정은 설계도면 확정 이후 건물분 최종 매입금액을 산출하는 절차로, 이 단계가 마무리돼야 전체 사업비가 확정된다. 이 이전에는 PF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정확한 사업비가 나오지 않으니 금융권에서는 PF 자체가 어렵다는 답만 돌아온다"며 "운영비는 계속 투입되는데, 사업자는 손을 놓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서울뿐 아니라 경기 남·북부와 인천 등 수도권 전반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 개발업체가 자체적으로 사례를 취합한 결과, 변경약정 지연 사례는 50건을 넘었다.

사업 대상이 대부분 100가구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착공을 앞두고 멈춰 선 물량만 5000가구 이상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부 사업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사비 연동형 대신 기존 감정평가 방식의 매입임대 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권유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감정평가형은 급등한 공사비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 매입가격이 낮게 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사업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고가 매입' 부담에 심의 경직?…대통령 발언 이후 분위기 변화

업계 안팎에서는 공사비 연동형 사업이 지연되는 배경으로 고가 매입 논란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중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건설사들이 1억 원짜리 집을 LH에 1억 2000만 원에 비싸게 판다는 소문이 있다"고 언급하며 매입주택 가격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후 공사비 연동형 매입임대 사업을 둘러싼 심의 분위기가 이전보다 경직됐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정책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눈치 보기 속에 사업이 멈춘 느낌"이라며 "이대로라면 공공임대주택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LH는 사업 지연이나 심의 중단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LH 측은 "공사비 연동형 매입임대 사업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단계별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특정 사업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거나 중단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설계 변경이나 공사비 조정 등으로 검토에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는 있으나, 이는 사업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