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서울'보다 '준서울'?…부동산 흐름이 바뀐다 [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행정구역보다 생활권역이 핵심 선택기준"

지난해 전국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경기 과천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인서울'이라는 말은 원래 부동산 용어가 아니었다. 대학 진학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다. 서울 소재 대학에 들어가느냐, 그렇지 않으냐를 가르는 기준이었다. 이 말은 이후 주거와 자산 시장으로 옮겨 와 어느 순간부터 집값과 삶의 격차를 설명하는 상징어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서울 행정구역 안에 있느냐 아니냐가 곧 기회의 차이로 인식되던 시기였다. '강남 불패'를 넘어 '서울 불패'가 한동안 회자했던 것도 이 때문이리라.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이 오래된 구분법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해 주택가격 통계는 이런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경기도 과천시(21.99%), 2위는 성남시 분당구(19.11%)였다. 평촌신도시가 속한 안양시 동안구(7.73%)와 용인시 수지구(8.30%)는 경기도 평균 상승률(1.08%)을 훌쩍 뛰어넘었다.

서울도 같은 기간 강남권이나 한강 벨트 지역은 크게 올랐으나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0.24~1.86%로 강보합에 머물렀다. 개별지역으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전체 흐름으로 본다면 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 지형도의 '남고북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 서울이라는 도시는 행정 경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이른바 '그레이트 서울' 시대, 서울이 기능과 생활권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대다.

특히 그 확장의 방향은 분명하다. 서울은 북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넓어졌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경부고속도로 축이 있다. 경부고속도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자본과 인구, 산업이 이동해 온 성장의 통로였다. 이 축을 따라 강남이 형성됐고, 강남의 축적된 에너지는 과천과 분당, 판교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지도 위에서는 서울과 경기가 나뉘어 있지만, 실제 생활과 경제 활동의 흐름은 이미 하나의 권역으로 묶여 있다.

이 흐름을 결정적으로 굳힌 공간이 판교테크노밸리다. 판교는 서울 인접 업무 단지라는 범주로 설명하기에는 이미 규모와 기능이 달라졌다. IT·플랫폼·콘텐츠·바이오 기업이 밀집한 독자적인 핵심 업무지구다. 경기도에 따르면 제1·2판교테크노밸리에 근무하는 종사자만 8만 3465명에 이른다. 자본은 늘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흐르고, 일자리는 사람을 끌어당긴다. 판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일자리 집적은 분당과 용인 일대 주거 수요를 동시에 촉발했다.

이는 전형적인 '텐트폴 효과'(tent-pole effect)다. 하나의 강력한 거점이 주변 지역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이 같은 변화는 맞벌이가 일상화된 MZ세대의 주거 선택과 맞물리며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이들은 서울 여부보다 직주근접, 생활 인프라, 일·소비·여가의 집적도를 먼저 본다. 한 권역 안에서 생활이 완결되는지가 주거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된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올해 들어 과천과 분당 주택가격 흐름이 돋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천은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서울 남부의 연장선이고, 분당은 판교라는 거대한 업무지구를 품은 자족도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지만, 출퇴근 동선과 생활 패턴만 놓고 보면 서울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서울 외곽보다 '서울답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인서울'보다 '준서울'이 낫다는 말이 나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같은 서울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는 지역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노·도·강' 지역이다. 분명 서울이지만 핵심 업무지구와의 접근성, 산업 기반, 이동 효율성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주택시장이라는 잣대로 보면 서울이라는 이름만으로 설명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시장은 서울이냐 아니냐보다, 서울의 기능을 얼마나 공유하느냐를 묻고 있다.

요컨대 그레이트 서울 시대의 핵심은 '서울이 어디까지인가'가 아니라 '서울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다. 자본의 흐름과 업무지구, 교통축이 결합한 곳이 새로운 중심이 되고, 그 중심은 행정 경계를 가볍게 넘어선다. 도시의 중심을 바꾸는 힘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지역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 생산성에 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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