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빈집 e편한세상 천안역…전세·대출 막혀 집주인 '발동동'
임시사용승인 후 일부만 입주, 나머지 1300가구 일반분양 중단
사업변경·책임준공 공방 장기화 가능성…"책임준공 확약 불가"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충남 천안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한 뒤에도 3년 가까이 일반분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소유권보존등기마저 막히며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전세보증 가입이 모두 불가능해지면서, 전세·매매 거래가 끊겼다. 이로 인해 집주인들의 이주 계획에도 잇따라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총 1579가구 규모의 천안시 동남구 원성동 'e편한세상 천안역'은 2023년 건축 공사가 끝났지만, 200여 가구만 입주한 상태다.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일부 입주가 시작됐으나, 일반분양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나머지 1300여 가구는 3년째 빈집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사업 방식 변경이다. 당초 이 단지는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방식으로 추진되며 리츠(REITs)사와 임대 가구에 대한 선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조합은 예상보다 조건이 좋지 않자 뉴스테이 사업을 취소하고 일반분양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으로 조달한 사업비와 리츠사에 대한 매각 대금을 반환해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HUG와 리츠사에 변제해야 할 자금은 대출로 마련하려 했지만, 금융권에선 시공사인 DL이앤씨의 '책임준공 확약'을 요구했다.
하지만 DL이앤씨는 '대위변제 위험이 있다'며 이를 거절했다.
결국 금융 조달이 막히면서 행정 절차가 중단됐고, 단지는 법적으로 완전한 준공 상태를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이로 인해 일반 분양은 물론 소유권보존등기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HUG 전세보증금보증 역시 모두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등기 불가는 실수요자와 집주인 모두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이나 기존 소유자들은 세입자를 들이거나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려 했지만, 대출과 보증이 막히면서 임대 수요 자체가 끊겼다.
전세나 매매를 전제로 이주 계획을 세웠던 가구들도 일정이 꼬이면서 생활 전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원성동 인근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등기가 되지 않으니 대출도 안 되고, 전세보증도 가입할 수 없어 전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전세를 내주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던 집주인들이 발이 묶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공사와 조합, 금융기관 간 책임 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DL이앤씨는 사업 변경의 책임이 조합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사업 방식을 변경한 주체는 조합"이라며 "이미 입주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시공사에 책임준공 확약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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