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1년…조류충돌·시설 개선 나섰지만 항공안전 '진행형'
조류탐지레이더 도입·로컬라이저 교체 확대
전담 기구 부재 지적도…"구조적 개선 필요"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1년이 지난 현재, 항공안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조류충돌과 공항 시설 문제 등을 중심으로 안전 대책을 시행 중이다. 조류탐지레이더 도입과 시설 개선, 감독 인력 확충 등 제도 보완이 추진되고 있지만, 상당수 대책은 여전히 진행 단계에 머물러 있어 항공안전 체계의 실효성을 두고는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제주항공 참사의 초기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 조류충돌 사고를 줄이기 위해 조류탐지레이더 도입에 본격 착수했다.
조류탐지레이더는 전파를 활용해 공항 인근과 이·착륙 경로 상의 조류 접근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장비다. 악천후나 야간, 원거리 등 육안 관측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류 현황을 파악할 수 있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공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조류탐지레이더는 올해 하반기 무안공항에 시범 도입됐으며, 내년부터 인천·김포·제주공항으로 확대 설치될 예정이다. 야간 조류 탐지를 위한 열화상 카메라도 현재 인천·김포 등 4개 공항에만 설치돼 있으나, 향후 전국 모든 공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조류 퇴치 전담 인력도 늘렸다. 전국 15개 공항의 조류 퇴치 인력은 지난해 12월 145명에서 올해 11월 기준 212명으로 확대됐다.
참사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개선 작업도 진행 중이다. 콘크리트나 철 구조로 된 기존 기초구조물을 충격 시 쉽게 파손될 수 있는 경량 철골 구조로 교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이러한 구조물이 설치된 공항은 전국 7개 공항의 9개 방위각 시설이다. 이 가운데 포항경주공항, 광주공항, 김해공항, 사천공항 등 4개 시설의 교체가 완료됐다. 여수공항은 이달 31일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며, 김해공항과 사천공항의 나머지 1개 시설도 내년 2월까지 개선을 마칠 계획이다.
제주공항은 내년 8월 공사에 착수해 2027년 3월까지 교체를 완료할 예정이며, 무안공항은 유가족과의 협의를 거쳐 착공 시기를 확정할 방침이다.
활주로 이탈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시설인 이마스(EMAS)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이마스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났을 때 특수 소재 구조물을 통해 속도를 빠르게 줄이는 장치다. 국토부는 현재 국내 설치 기준 마련에 착수했으며, 향후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도입 계획을 제시할 예정이다.
항공사의 정비 역량 강화도 병행되고 있다. 국토부는 사고 이력이 있는 기종에 대해 정비 기준을 강화하고, 정비사의 숙련 기준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상향했다. 제주항공의 정비 지연율은 올해 1~11월 0.52%로, 지난해 같은 기간(0.89%)보다 40% 이상 낮아졌다.
항공사의 안전 관리를 감독하는 항공안전감독관 수도 늘리고 있다. 감독관은 기존 30명에서 올해 말까지 43명으로 확대되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57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항공안전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현재 한국의 항공안전 기능은 국토부 산하 지방항공청과 교통안전공단 등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국 36개국 가운데 32개국이 독립적인 항공안전 전담 기구를 운영하는 것과 대비된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독립적인 항공안전 전담 기구의 필요성은 분명하다"면서도 "인력 구성과 예산 편성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항공을 담당하는 부처 산하에 두기보다는 국무총리실 산하 등 보다 독립성이 보장되는 위치에 전담 기구를 설치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항공안전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상당수 대책이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한 만큼 실행력과 지속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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