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금수저만의 내 집 마련, 닫힌 주거 사다리
- 신현우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내 집 마련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인생의 목표이자 자산 축적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 구조 속에서 '의지'만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금리 인상·강화된 규제·공급 위축이 맞물리며 실제 주택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계층은 현금 유동성이 충분한 부자로 한정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세를 끼고 단계적으로 자가를 마련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고, 소득 대비 대출 여력이 축소되면서 이 경로는 사실상 사라졌다. 실제 서울이나 수도권의 소형 아파트라도 사려면 수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정부 규제가 사회 이동의 사다리를 끊는 제도적 장벽으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가장 타격을 입은 세대는 청년층이다.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고서야 대출로 집을 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 구조는 교육과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명문대 진학과 고소득 직군 집착은 단순한 명예 추구가 아니라 주거 자격을 얻기 위한 생존 전략이 된 셈이다. 주거 사다리가 끊긴 사회에서 학력과 직업은 부동산 접근권을 대변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실상은 학벌과 직업 중심의 닫힌 구조로 회귀하고 있다.
이 문제는 세대 간 갈등을 넘어 '구조적 불평등'으로도 확장된다. 이미 집을 가진 세대는 규제 속에서도 자산 가치를 유지하거나 이익을 얻는다. 반면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세대는 비싼 집값과 대출 문턱에 좌절하며 임대시장에 머문다.
그럼에도 정책 초점은 여전히 '가격 안정'에 머문다. 가격을 낮추겠다는 명분 아래 대출과 세제를 옥죄면 시장 진입 통로만 더 좁아진다. 가격은 잘 내려가지 않는데 기회만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반복된다. 규제의 선의가 불평등의 구조를 굳히는 역설이 되는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격을 잡는 정책'이 아니라 '기회를 여는 구조'다. 청년과 무주택 중산층이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금융제도가 복원돼야 한다. 소득 연동형 장기 대출, 고정금리 중심의 금융상품, 실수요층을 위한 지속적 공급이 핵심이다.
더 나아가 임대시장도 장기 안정성과 자산 형성 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 설계를 새로 해야 한다. 그때 서야 우리는 비로소 '사는 집'을 넘어 '살아갈 수 있는 집'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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