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정비창 놓고 서울시·정부 엇박자…"충분한 협의가 첫 단추"
서울시, 1만 가구 이상 공급 시 사업 지연·시장 안정화 우려
국토부, 최대 공급 위해 협의 진행…지연 없이 물량 확보 목표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서울시와 정부가 용산 정비창 부지 내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규모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기존 6000가구 수준에서 1만 가구 이상 확대에는 부정적이지만, 정부는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갈등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와 부동산 시장 안정 문제를 동시에 담고 있어 주목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현재 협의 중이며, 유휴 부지 활용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공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용산 정비창 부지 약 45만 6099㎡를 활용해 업무·주거·상업 기능을 결합한 입체 복합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당초 6000가구 수준을 공급 계획으로 잡았으나, 현재 그보다 더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서울시는 1만 가구 이상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여러 공식석상에서 "6000가구 공급을 전제로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1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면 학교와 도로 등 기초 인프라를 새로 설계해야 해 사업 기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2007년 계획 수립 이후 올해 본공사에 착수한 만큼, 사업 속도 지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말레이시아 간담회에서 "기초 인프라를 크게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가구 수를 늘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반면 여당과 국토부는 주택 공급을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용산 정비창에 2만 가구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시와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지만, 시행 시기 지연 없이 가능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 발언 후 오 시장은 다시 반대 입장을 내놨다. 그는 같은 날 영등포구 대림1구역을 방문하며 "빠른 속도로 많은 물량이 공급돼야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는데, 속도를 포기하면 주택 공급 지연으로 시장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국토부와 함께 시내 유휴 부지도 찾고 있다. 국토부가 제시한 유휴부지 중 절반 정도는 서울시와 자치구의 활용 계획과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 민원과 장애물 등을 고려하며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사례를 주목하며, 양측이 충분히 논의한 뒤 적정 공급 물량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노원구 태릉골프장(국방부 부지) 등 서울 도심 유휴부지 활용 계획을 발표했으나, 주민 반발로 사업 추진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용산 정비창에 1만 가구가 들어서더라도 단번에 수도권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과거 자치구와 주민 반대 사례를 참고해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