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분양시장 양극화…입지 따라 '완판'·'미달' 갈렸다

청주·세종은 수십대 1 경쟁률…나주·아산은 1대 1도 못 채워
올해 비슷한 현상 이어져…"수급·입지 따라 시장 분화 심화"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자료사진)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수도권·지방 간 격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 내부에서도 청약 양극화가 극심하게 확대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반면 공급 과잉 지역이나 비선호 입지에서는 아예 경쟁률 1대 1을 크게 밑도는 미달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나주는 0.02대 1, 세종은 15대 1…지역별 온도차 확연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9일) 청약 당첨자 발표를 마친 전남 나주 '나주영산 윤슬의 아침 더 정원'은 1·2순위 140가구 모집에 3건이 접수돼 0.021대 1의 미달을 기록했다.

같은 날 당첨자를 발표한 세종 '엘리프세종 스마트시티'는 사정이 달랐다. 181가구 공급에 2721건이 접수되며 1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북 전주 덕진구 '송천 아르티엠 더 숲'도 135가구 모집에 2857건이 몰리며 21.2대 1을 보였다.

대규모 공급 단지에서도 미달 사례는 이어졌다. 충남 천안 '두산위브더제니스'는 1160가구 모집에 396건 접수돼 0.34대 1에 그쳤다. 경남 창원 성산구 '더리브 포레스트'(0.6대 1), 경기 시흥 '대방 엘리움 더 루체Ⅰ'(0.83대 1) 역시 수요가 공급을 크게 밑돌았다.

청주테크노폴리스 일반산업단지.(자료사진)
올해 지방 청약, 상위는 '수십대 1'…하위는 '0.01대 1'

부동산R114가 집계한 올해 지방 청약경쟁률 상·하위 단지 분석에서도 극심한 쏠림 현상이 확인됐다.

올해 4월 분양한 청주 흥덕구 '청주테크노폴리스 아테라 2차'는 1·2순위 전체 경쟁률이 109.66대 1로 지방 최고치를 기록했다. 뒤이어 대구 '범어2차 아이파크'(75.19대 1), 청주 '하트리움 더 메트로'(46.26대 1), 울산 '태화강 에피트'(44.37대 1), 춘천 '레이크시티2차 아이파크'(27.35대 1)가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올해 최저 경쟁률인 0.01대 1을 기록한 단지는 울산역 폴리시아 아이유쉘, 경북 고령 다산월드메르디앙 센텀하이, 경북 의성골득렉시움, 전북 순창 대상웰라움 등 총 4곳이었다.

최근 분양한 전남 나주영산 윤슬의 아침 더 정원과 충남 아산신창 1차 광신프로그레스 역시 0.02대 1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입지·수급 싸움…지방도 양극화 고착화"

전문가들은 지방 분양시장에서도 생활 인프라·교통 접근성·일자리 등 입지 요인과 공급 부담이 청약 성패를 좌우한다고 분석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지방에서도 공급 과잉이거나 입지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은 미달이 날 수밖에 없다"며 "반면 신도시 조성, 규제 완화, 생활권 형성이 이뤄지는 지역은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형석 우대빵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서울은 내년부터 입주 물량 부족 영향으로 청약이 뜨거워지겠지만, 지방은 지역별로 수급 상황이 천차만별"이라며 "대출규제·분양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함에도 불구하고 기초 수요가 없는 지역에서는 분양 시장이 냉각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공급 절벽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지방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연말까지 유예돼 실수요자의 움직임이 더욱 입지 좋은 곳에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2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66.3으로 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100 아래면 분양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로, 분양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