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대란? 매매가 더 뛰었다 [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올해 전세 시장을 둘러싼 뉴스는 유난히 요란했다. '전세대란', '세입자 패닉', '전세 공포' 같은 표현이 연이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통계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과연 그만한 사건이었는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셋값은 생각만큼 요동치지 않았다.
KB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11월까지 3.1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은 10.09%였다. 전셋값 상승 폭은 매매가격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12월 들어서도 매매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2021년(16.4%)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에서도 확인된다.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1.27%로 지난해 말(54.04%)보다 2.77%포인트 낮아졌다. 전셋값이 오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매매가격이 더 빠르게 뛰면서 전세가율이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전세 시장이 정말로 '대란'이었다면 이런 결과가 가능했을까. KB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6년 이후 지난해까지 39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연평균 상승률은 6.92%다. 올해 전세 상승률은 이 장기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체감과 숫자 사이의 간극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수도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3.32% 상승했지만, 전셋값은 1.94%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매매가격 상승이 전셋값을 끌어올린 구조로 해석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어찌 보면 일부 전세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상승률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잇따른 수요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무주택 세입자들 사이에서 차라리 '사자'는 선택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전세로 버티기보다 더 비싸지기 전에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불안 심리가 시장을 자극했다.
반면 지방 주택시장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부산·대구·울산·대전·광주 등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11월까지 0.37% 상승했다.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상승 전환이 유력하다. 그러나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1.99%를 기록하며 4년 연속 하락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책에도 불구하고 지방 수요자들의 심리는 여전히 차갑다. 다만 전셋값 반등은 의미심장하다. 회복 국면에서 전셋값은 매매가격보다 먼저 움직이는 풍향계 역할을 할 때가 적지 않다. 최근 표본 통계보다 선행성이 높은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가 지방에서 8월 이후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방 주택시장의 바닥 통과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택의 교환가치인 매매가격과 사용 가치인 전셋값은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수요자의 선택에 따라 엇갈린 흐름이 나타난다. 전세에서 매매로 이동하느냐, 매매를 미루고 전세에 머무르느냐에 따라 시장의 표정은 달라진다.
주택시장은 숫자보다 사람의 선택에 더 민감한 유기체다. 매매와 전세를 하나의 잣대로 단순히 비교하기보다 그 뒤에 깔린 심리와 이동 방향을 함께 읽어야 한다. 전세대란의 실체를 묻는 일은 결국 가격이 아니라 사람들이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를 묻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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