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9.1㎞ K-City 누비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리허설 시작됐다​

3단계 고도화 마친 K-City, 디지털 트윈 도로서 레벨4 검증 가속
라이다·카메라·GNSS 얹은 자율주행차, 곡선로·터널·교차로 통과

편집자주 ...화성 K-City는 국내 자율주행·차량 안전기술 검증의 중심지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곳에서 레벨4 자율주행부터 운전자 실수 방지, 차량 해킹 대응까지 '미래차 안전' 전 분야를 실험하고 있다. 본지는 K-City 현장을 직접 찾아 자율주행 상용화의 현재와, 새로운 위험을 막기 위한 안전 기술의 실체를 전한다.

지난 4일 현대차 쏠라티 자율주행차가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모습.뉴스1 ⓒ News1 조용훈 기자

(화성=뉴스1) 조용훈 기자 = K-City(자율주행실험도시)의 시험로 위를 달리던 자율주행차가 곡선 구간을 빠져나가자, 상공 카메라와 차량 센서가 동시에 반응했다. 자율주행 시험차 쏠라티와 소형 전기차 'Roii'는 스스로 가속과 제동을 반복하며 주행 안정성을 조율했다. ‘무인 주행’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

지난 4일 방문한 경기 화성시 K-City.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 따르면 이곳은 3단계 고도화를 마치고 국내 최대 자율주행 시험장으로 탈바꿈했다. 실제 도심·고속도로·교외도로를 복제한 도로망에 통신·관제·소프트웨어 보안 체계를 얹어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의 '종합 테스트베드'로 운영 중이다.

자율주행실험도시 통합관제시스템(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뉴스1 ⓒ News1
약 215만㎡로 확장…입체 교차로·골목길까지 구현한 3D 시험도시

고도화 과정에서 K-City는 기존 약 36만㎡(11만 평)에서 215만㎡(65만 평) 규모로 확대됐다. 입체교차로·램프구간·주차장 건물·골목길 등 복잡한 도심을 포함한 '3D 입체 주행환경'이 추가로 구축됐다. CCTV·C-ITS·전기·통신 등 관제·평가 인프라가 대폭 확충됐고, 빅데이터 기반 평가 시스템과 상황판 등을 갖춘 전산 고도화도 병행됐다.​

현재 K-City는 총 연장 약 29.1㎞의 시험로와 34만 892㎡ 규모 부지에 11개 시나리오 구역을 갖춘 자율주행 전용 인프라로 운영되고 있다.​ 고속도로·도심·버스전용차로·터널·교차로 등 실제 도로를 모사한 코스 곳곳에 5G·LTE·WAVE 기반 C-ITS 통신망과 100대가 넘는 CCTV·노변장치가 깔려 있어, 차량과 도로 인프라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주행하는 V2X 시험이 이뤄진다.​

연구원은 K-City 내 실제도로와 유사한 환경에서 자율주행차 안전성을 실험할 수 있도록 각종 테스트 장비를 갖추고, 가상 환경 시뮬레이션 툴체인으로 충분한 사전 검증을 거친 뒤 실차 시험을 수행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알고리즘의 위험요소를 미리 걸러내고, 실차 테스트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2019년부터 2025년 11월까지 199개 기관이 K-City를 이용했고, 누적 사용 시간만 4만 612시간에 이른다. 단지 내 자율주행미래혁신센터에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라이드플럭스 등 12개 기관이 상주하며 연구·시험을 이어가고 있다.

자율주행차 Roii.뉴스1 ⓒ News1 조용훈 기자
라이다·카메라로 360도 읽는 쏠라티·Roii…"레벨4 자율주행"

이날 시승한 현대차 쏠라티 시험차는 2497cc 디젤 엔진을 기반으로 한 대형 승합 플랫폼에 라이다·레이더·카메라·GNSS·관성항법장치(INS)를 탑재한 레벨4 자율주행 실험차다. 지붕과 범퍼 주변에 촘촘히 배치된 라이다 6대와 카메라 8대가 360도 주변을 인지하고, C-ITS 장비가 신호등·노변장치 정보까지 받아 통합 판단을 내리면서 차선 유지·차간거리 제어·비상 정지를 스스로 수행했다.​

실내에는 4대의 고성능 PC와 전용 전원장치, 자율주행 모드·비상정지 버튼 등이 랙에 집약돼 있었다. 계기판 대신 모니터에 속도·조향각·가감속 상태와 함께 ADS(자율주행 시스템) 모드, ODD(운행 설계 영역) 진입 여부, 오류·경고 로그가 실시간으로 표시돼 엔지니어가 곧바로 개입하거나 데이터를 회수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 모드는 'AD READY → DDT READY → NORMAL OPERATION' 단계로 진행되며, 사전 승인된 경로와 'Permission Code'가 적용되면 차량이 스스로 출발한다. 운행 설계 영역(ODD)을 벗어날 경우 즉시 경고 후 최소위험조치(MRM)를 수행해 안전하게 정차했다.

함께 시승한 소형 전기차 Roii는 캠고(Car-go)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셔틀형 자율주행차로, 도심 저속 구간과 무인 배송 서비스 등을 겨냥한 모델이다. 차체는 작지만 라이다·카메라·초음파센서가 다층으로 배치돼 보행자와 자전거, 근거리 차량에 대한 정밀 인지와 저속 제어 성능을 강조했다.​

Roii는 K-City의 5G·C-ITS 인프라와 연동돼 관제센터에서 차량 위치·속도·자율주행 모드를 실시간 확인하는 '슈퍼바이즈드 플릿'(Supervised Fleet) 방식으로 운행된다. 모니터 화면에는 여러 대의 Roii가 동시에 주행하는 장면과 함께 경로 설정·원격 정지·진행 상황이 표시돼, 향후 완전 무인 '드라이버리스 플릿'으로 확장할 때 필요한 기술·제도 과제를 점검하는 시험을 병행했다.​

시험로 곳곳에는 급정지 차량, 끼어들기 차량 등 돌발 시나리오가 배치돼 있었다. 쏠라티와 Roii는 cut-in·cut-out, 차선 복귀, 회피 기동 등을 수행했고, 연구진은 각 상황에서 발생한 로그를 기록하며 알고리즘의 한계와 개선점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지난 4일 화성 자율주행실험도시(K-City) 내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연구원 역할과 기능을 설명하는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뉴스1 ⓒ News1
KNCAP·리콜·레벨4까지…KATRI, 미래차 안전 컨트롤 타워로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충돌·안전성 평가를 맡아왔지만, 최근에는 자율주행·전기차·소프트웨어 안전까지 포괄하는 '미래차 안전 컨트롤 타워'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KNCAP 신차안전도 평가와 리콜 조사뿐 아니라 K-City를 거점으로 레벨4 자율주행 안전기준 연구, V2X 통신 신뢰성 검증, 사이버보안·무선 업데이트(OTA) 안정성 시험을 동시에 시행 중이다.​

연구원은 2027년까지 자율주행 상용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K-City 시험을 기반으로 국제기구 회의(WP.29 등)와 연계한 안전 기준 논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연간 수천 건의 시험 데이터를 축적해 국내 자율주행 안전 평가 절차와 시험 프로토콜을 '국제 호환형 표준 모델'로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