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무주차 주택, 서울 주택난 해결의 열쇠[기고]

김윤재 네오용산연구소 대표/부동산학 박사
김윤재 네오용산연구소 대표/부동산학 박사

김윤재 네오용산연구소 대표 =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주택 공급량은 크게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은 문제가 심각하며, 도심과 외곽 간 편차도 크다. 이렇게 세분화하면 주택 정책의 우선순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지역이 아닌 세대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청년은 주택 부족이 문제이고, 노년층은 주택 보유 부담이 문제다. 동일한 처방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지금 가장 긴급한 과제는 신혼부부와 청년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형태의 주거를 빠르게,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다.

역세권, 주차 규제가 걸림돌

청년 주거난이 심각한 서울 도심 역세권에서는 주차장 설치 의무가 큰 제약이다. 현행 법규는 세대당 최소 1대 이상 주차장을 확보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소형 공동주택은 전용면적에 따라 완화가 가능하지만, 실효성은 미미하다.

주차장 설치 의무를 대폭 완화하면 동일 부지, 동일 건물에서도 세대를 10세대에서 15세대까지 늘릴 수 있다. 즉 공급을 50% 이상 확대할 수 있다. 지하철·버스 중심 생활권인 역세권에서는 차량 의존도가 낮아, 이러한 규제 완화가 현실적이다. 일본 등 일부 국가는 이미 비슷한 제도를 시행해 공급 효율을 높였다. 우리도 충분히 도입 가능한 모델이며 적용 대상은 지하철역 반경 300m, 도보 5분 내 위치한 도심·부도심 생활권이다.

물론 안전 인프라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소방차, 구급차, 이삿짐 차량 등 비상 차량이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은 의무적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공급 확대 이상의 효과

주차장 폐지는 단순 공급 확대를 넘어 여러 부가 효과를 가져온다. 첫째, 도심 교통량 감소로 환경 부담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사회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 주차 공간 부족으로 생기는 분쟁을 자투리땅을 활용한 민간 소규모 주차장 사업으로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상가 공실 지역에서는 소규모 주차장을 설치하고, 무인 결제 시스템과 재산세·종부세 혜택을 제공하면, 불필요한 상가 신축과 고령층 부채 문제도 줄일 수 있다.

셋째, 주택 유형 다양화에도 기여한다. 단독·빌라 지역의 주차 불편이 아파트 선호를 심화시키는데, 무주차 공동주택이 정착하면 중소 건설사 사업성도 개선되고, 주택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생겨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1층 공간을 입주민 전용 시설로 활용하면 주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소규모 헬스장, 독서실, 커뮤니티 공간 등을 설치하면 아파트 편중 현상을 완화하고, 청년세대의 공동체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중심 공급 방식만으로는 서울의 주택난을 해결할 수 없다. 역세권 무주차 주택 공급처럼 실효성 높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년이 원하는 지역에서 살 수 있는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전환기를 맞은 우리 주택 정책의 최우선 과제다.

opini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