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얻으려면 월급 5.5년 모아야…서울 전세 부담 더 커졌다

서울 J-PIR 5.45로 반등…전세 물건 부족·대출규제 여파
매매도 '9.7년 저축' 필요…주택구매력 지수 두 달 연속 하락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서울의 전세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전세 보증금 마련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중위소득 가구가 전셋집을 얻기 위해서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5년 반을 모아야 하는 수준으로, 주거비 압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 집 마련까지 필요한 기간 역시 9.7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기준 서울의 소득 대비 전세가격 비율(J-PIR)은 5.45로 집계됐다.

J-PIR은 전셋값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전셋집 마련에 필요한 부담 수준을 뜻한다. 소득과 전셋값을 각각 1~5분위로 나눠 총 25개의 J-PIR을 산출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중위소득(3분위) 가구가 중간 가격대(3분위) 전셋집을 구하는 경우를 대표 지표로 사용한다.

서울의 J-PIR은 6월 5.78에서 7월 5.42로 내려갔다가 8월 5.44, 9월 5.45로 다시 상승했다. 전세가격이 반등한 데에는 공급 감소로 인한 수급 불균형, 그리고 대출 규제 여파로 전세 물건이 줄어든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뿐 아니라 집값 부담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9월 기준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9.71로 나타났다. 이는 중위소득 가구가 9.7년 동안 소득을 모두 저축해야 서울의 중간 가격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 PIR은 6월 10.27에서 7월 9.65로 떨어졌지만 8월 9.68, 9월 9.71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은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1분위 저소득 가구가 중간 가격대 주택을 마련하려면 24.1년, 고가 주택은 91.2년이 필요했다. 반면 5분위 고소득 가구는 중간 가격대 주택을 사는 데 4.5년, 고가 주택은 17.0년이면 가능했다.

집값 상승과 고금리의 영향으로 주택구매력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9월 전국 아파트 주택구매력지수(HAI)는 130.2로, 7월 130.8 → 8월 130.5 → 9월 130.2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HAI는 중간소득 가구가 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상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표이며, 100 이상이면 무리 없이 구매 가능한 수준으로 본다.

서울 아파트의 9월 HAI는 전월보다 0.3포인트(p) 떨어진 45.8을 기록했으며, 수도권 역시 0.3p 하락한 83.6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오르면서 연일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내년에도 주택공급 부족 문제가 이어지면서 실수요층의 주거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