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막히면 대출이자 오른다?…"실체 없어" 감평업계 발끈
은행 자체 평가로 연간 550억 수익, 영업익 대비 1% 수준 불과
대법원 판결도 "대출 부대비용 소비자 전가 불가" 명시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대형은행들이 부동산 담보대출 과정에서 감정평가를 외부에 맡기면 대출 수요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비용 증가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감정평가 업계는 은행이 불법 소지가 있는 업무를 중단하는 이유를 이자 인상 문제로 돌리며 논점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국민은행, 한국감정평가사협회와 협의체를 구성해 은행 자체평가 관행의 법적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KB시세 등을 기준으로 담보가를 산정한다. 그러나 상가처럼 거래량이 적은 경우에도 외부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지 않고 자체 평가로 대출을 실행해왔다. 감정평가사협회는 이 같은 관행이 명확한 법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현행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제5조는 감정평가 업무를 국토교통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감정평가법인이나 감정평가사사무소에서만 수행하도록 규정한다. 국토부 역시 은행의 자체 감정평가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은행들은 외부 감정평가를 전면적으로 의무화하면 평가비가 증가하고, 이 비용이 대출 수요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감정평가 업계는 이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우선, 비용 전가 논리는 법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2011년 대법원은 은행이 감정평가 등 대출 부대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으며, 평가비 증가분은 은행이 감당해야 할 비용일 뿐, 대출금리로 전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자체 감정평가를 통해 은행이 얻는 수익 규모도 설득력이 크지 않다. 국민은행의 경우 연간 자체 감정평가 보수 이익은 약 550억 원으로, 연간 영업이익 5조 3989억 원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감평사협회 관계자는 "이자 비용 증가는 실체가 없는 얘기"라며 "연간 영업이익 대비 1% 수준의 수익을 근거로 월 대출이자를 걱정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업용 부동산 감정평가 수수료 부담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약 100억 원 규모 상가의 감정평가 수수료는 600만~700만 원 정도다. 감정 결과를 최대 5년까지 활용할 수 있어 월 기준으로 나누면 부담액은 약 10만 원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0억 원짜리 상가 감정평가 비용을 월 10만 원으로 환산해 대출금리 상승과 연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상가 대출은 일반 서민 대출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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