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의 염원이 현실로"…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첫 삽(종합)

1일 기공식, 재개발 본격화…오세훈 시장·우원식 국회의장 참석
3178가구, 35층 최신 주거단지로 탈바꿈…주민들 "평생 기다린 날"

우원식 국화의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 백사마을에서 열린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기공식에서 참석자들과 시삽하고 있다. 2025.1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노원구 백사마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60년대 조성된 이후 노후화로 몸살을 앓던 백사마을은 앞으로 300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거듭나게 된다.

기공식에 참석한 주민들 또한 열악했던 지난 수십 년의 세월을 회상하며 이번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시는 1일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서 기공식을 열고, 최고 35층, 총 3178가구 규모의 주거단지 조성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자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우원식 국회의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백사마을 재개발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60년대 조성된 달동네 백사마을…신축 대규모 아파트로

중계본동 백사마을 일대는 1960년대 도심 개발로 철거민 1100여 명이 불암산 자락에 정착하며 형성된 곳이다.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재개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이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2012년 국내 최초 주거지보전사업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이후 주거지보전지역과 공동주택 지역을 분할해 2437가구(임대 484가구 포함) 규모의 정비계획안으로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이후 분양·임대 획지 구분, 저층주거지 보존 규제, 사생활 침해 우려 등으로 사업이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주민 간 갈등도 일어났다. 이에 서울시는 2022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 함께 주거보전용지를 공공주택용지로 변경했다. 사업성 보정계수 적용하고 용도지역을 상향해 사업성을 개선했다.

서울시는 지하 4층~지상 35층, 26개 동, 3178가구 규모의 변경된 정비계획안을 발표했고, 지난 8월 계획안이 고시되며 재개발이 본격화됐다. 기존 계획 2437가구에서 741가구가 증가해 사업성과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했다.

백사마을은 향후 분양과 임대를 구분하지 않는 통합개발 방식을 통해 완전한 '소셜믹스'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백사마을은 올해 5월 철거를 시작했으며, 12월 철거를 마친 뒤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준공과 입주까지 신속하게 추진해 2029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백사마을은 저층 주거지 보전 방식과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 문제로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며 "저층 주거지 보존 용지를 공동주택 용지로 전환하고 용도지역을 상향하는 등 현실에 맞는 규제 혁신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환경에 수십년간 고통…"누구보다 기다려와"
우원식 국회의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 백사마을에서 열린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기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 News1 이광호 기자

기공식에는 1000명이 넘는 백사마을 거주민들과 인근 노원구 주민들이 참석했다. 수십년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거주하며 어느새 백발의 노인이 된 거주민들은 "누구보다 이날을 기다려 왔다"며 소회를 밝혔다.

70대 거주민 김양숙 씨는 "40년 넘게 재개발을 지켜보면서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업을 기다렸다. 기공식을 직접 보니 감회가 정말 남다르다"고 했다.

거주민 이 모 씨도 "이 동네에서 35년 넘게 살았는데, 나도 그렇고 신축 아파트에 한 번 살아보는 게 여기 노인들 소원이었다"며 "수십 년간 재개발을 기다리며 노인이 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번 기공식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근 노원구 주민들 또한 기공식에 참석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노원구 인근이 백사마을 재개발을 통해 강북권의 새로운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중계본동 주민 70대 박 모 씨는 "인근에 사는 친구들과 함께 기공식을 한다고 해서 방문했다"며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들어서면 자연스레 노원구 전체가 발전하고, 중계동 인근도 함께 성장하지 않겠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시 또한 이번 재개발이 동북권 쾌적 주거환경 공급과 강북권 균형발전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 시장은 "이번 재개발 사업은 서울 동북권의 미래를 다시 그리는 강북 대개조 프로젝트의 중요한 축이자, 쾌적한 주거 환경을 실현하는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며 "백사마을의 변화는 강북권의 도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