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미도 재건축, 추진위 출범 앞두고 '3파전'…초기 갈등 표면화

7월 정비구역 확정 이후 속도내는 재건축…내년 1월 추진위 선거
선거 전 세갈래로 쪼개진 재준위…"목소리 하나로 합쳐야"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대치동 대표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미도'(한보미도맨션 1·2차)가 내년 추진위원장 선출과 함께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에 돌입한다. 추진위 출범을 앞두고 단지 내에서는 세 갈래 추진 세력이 각각 별도의 단체를 구성해 위원장 선거를 준비하며 소유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비 업계에서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조기 갈등 봉합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미도' 아파트는 내년 1월 재건축추진위원장 선거를 열고 추진위 설립 단계에 들어간다.

대치미도는 1983년 준공된 2436가구 대단지다. 3호선 대치역과 학여울역의 더블역세권 단지로, 인근 은마·우성·선경 아파트와 함께 대치동 재건축 대장주로 꼽힌다. 향후 지하 4층~지상 49층, 37개 동, 3914가구 규모의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2022년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됐고, 올해 7월 정비구역으로 최종 지정·고시되며 사업이 본격화됐다. 강남구는 공공지원을 통해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다음 달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 이후 추진위원장 선거, 운영규정 작성, 추진위 구성 승인 신청 등 조합 설립 절차가 이어진다.

세 갈래로 쪼개진 단지…전문가 3인 맞붙는다
'대치미도'(한보미도맨션 1·2차) 재건축 조감도 (서울시 제공) 뉴스1ⓒ news1

문제는 추진위 설립과 위원장 투표 전부터 소유주들 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 3명은 각각 별도의 단체를 구성해 주민 설명회를 열며 선거 준비에 나섰다.

추진위원회 단계부터는 사업 추진에 대한 법적 권한이 위원장에게 부여되고 조합장 역할도 맡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위원장이 재건축 사업 전반을 이끌 전망이다.

현재 추진위원장 후보는 한유진 대치미도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재준위) 위원장, 문길남 대치미도재건축협의회(미재협) 회장, 이석주 미도통합재건축연합회(미통연) 위원장 등 3명이다. 이들은 모두 도시정비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다.

한유진 후보는 삼성엔지니어링, LG 등 건설사에서 30년 이상 공사비 관련 업무를 맡아온 원가관리 전문가다.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도 한 위원장 주도로 마무리됐다. 문길남 후보는 신세계건설 부사장 출신으로 건설사업관리(CM) 기술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이석주 후보는 재건축 관련 부서 공무원 경력에 더해 강남구의원과 서울시의원을 지낸 행정·정책 전문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3파전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재건축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 후보는 원래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한 조직에서 함께 활동했지만, 이후 이해관계 차이로 갈라섰다.

업계 "초기 갈등은 사업 지연 부를 수도"

한 강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추진위가 생기기도 전에 단체가 3개나 만들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며 "사업 초기부터 여러 단체가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면 조합 설립과 이후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진위가 출범하더라도 의견이 다른 소유주들 사이에서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인근 은마아파트는 과거 추진위 내부 갈등이 극심해 소송전으로 번진 사례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도 초기부터 갈등이 많은 곳은 아무리 대단지고 사업성이 좋아도 입찰 참여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며 "벌써부터 서로 날을 세운다면 시공사 선정 이후에도 갈등이 반복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전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