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축소에 막힌 '미리내집'…신혼부부 "보증금 감당 안 돼요"

버팀목 대출 5000만 원 '뚝'…무주택 신혼부부 '한숨'
보증금 4억 넘는 물량 80%…서울시 "규제 완화 지속"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내년 결혼을 앞둔 30대 중반 박성실 씨(여)는 요즘 밤마다 잠을 설친다.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고 있지만 적당한 집을 찾지 못해서다. 공공 임대주택까지 알아봤지만 최근 정책대출 규제 강화로 진입장벽이 높아진 것도 부담이다. 결국 박 씨는 직장에서 먼 경기 외곽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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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대출 규제로 정책대출 한도가 줄면서 다음달 추가 공급되는 서울시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의 진입장벽이 예년보다 높아졌다.

서울시는 신혼부부에 한해 대출규제 예외 적용과 정책대출 한도 상향을 계속 건의할 계획이다. 현행 규제로는 정책의 취지가 충분히 구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12월 10일부터 사흘간 서울 전역 71개 단지에서 총 400가구 규모의 미리내집(아파트) 입주자를 모집한다.

'미리내집'은 서울시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이다. 신혼부부에게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출산 시 거주 기간 연장이나 분양기회를 주는 공공 임대주택이다.

이번 공급 단지는 △송파구 잠실르엘(98가구) △서초구 메이플자이(37가구) △강서구 마곡엠밸리14단지(29가구) △한화 포레나미아(24가구) △서초구 서초포레스타7단지(19단지) 등이다. 대부분 생활·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이다.

6·27 규제로 정책대출 한도 3억→2.5억 원…자금 부담 확대

문제는 자금 조달이다. 6·27 대출 규제 이후 미리내집 입주를 위한 자금 마련이 한층 어려워졌다. 수도권 신혼부부용 버팀목 전세대출(정책대출) 한도는 기존 3억 원에서 2억 5000만 원으로 낮아졌다.

해당 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7500만 원 이하 무주택 신혼부부에게 저금리로 전세금을 빌려주는 수단으로, 그간 미리내집 입주자의 핵심 자금원이었지만 한도 축소로 단독 충당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기존 기준이었다면 5가구가 대출만으로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현 기준에서는 한 곳도 없다.

정책 대출 가능한 '4억 이하' 물량 21%뿐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 13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비아파트형 미리내집' 르피에드 주거용오피스텔을 방문해 서울 베이비 앰배서더와 함께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 2025.8.1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전세가격 상승으로 정책대출이 가능한 전세금 4억 원 이하(수도권 기준)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도 부담이다. 전체 400가구 중 21%(83가구)만 4억 원 이하였다.

이번 미리내집 전세보증금은 최소 2억 5875만 원(호반써밋 개봉·1가구)부터 최대 8억 9700만 원(서초 푸르지오 써밋·1가구)까지 형성돼 있다. 올해 입주한 강남권 신축 '잠실 르엘'과 '메이플 자이'도 보증금이 각각 6억 2000만~8억 4000만 원, 6억 8000만~8억 1000만 원 수준이다.

이 같은 자금 부담으로 경쟁률도 낮아지는 추세다. 8월 5차 미리내집 모집에서는 평균 경쟁률이 39.7대 1로, 직전 64.3대 1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국정감사에서 "6·27 대책 이후 미리내집 경쟁률이 크게 낮아졌다"며 "결혼을 앞둔 청년·신혼부부에 대해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시, 정책대출 규제 완화 건의 지속…"신혼부부 예외 적용 요청"

서울시는 정부에 정책대출 관련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올해 5월에는 수도권 전세대출 보증금 기준을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상향해 달라고 요구했고, 6·27 규제 이후에는 신혼부부를 규제에서 제외해 달라고 다시 건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6·27 규제로 신혼부부의 대출 이용이 어려워졌다"며 "정부와 협의해 제도 보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2월 말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형 미리내집 모집도 진행할 예정이다. 비아파트형 전세보증금은 아파트형의 절반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현금 여력이 있는 신혼부부는 아파트형을, 부담이 큰 경우 비아파트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