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별 동의율 명문화로 갈등 줄인다

양지마을·평촌 A17 파열음에…통합 재건축 동의 기준 재정비
전체 50%+단지별 50%, 사업시행자 지정에 '이중 안전판' 설치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한 22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총 2만 6000가구 이상 규모의 정비 선도지구를 지정할 예정이다. 지역별 물량은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 4000가구, 중동 4000가구, 산본 4000가구 규모다. 이는 도시별 전체 정비대상 주택의 10~15% 수준이다. 2024.5.2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1기 신도시 통합 재건축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확산되자 국토교통부와 국회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법) 개정을 통해 '단지별 동의율' 요건을 명문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체 주민 동의율만으로 사업이 추진되던 구조를 손질해 소수 단지의 재산권을 보완하면서도 정비사업 속도는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전체 50% 동의만으론 부족…사업시행자 지정에 단지별 과반 추가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노특법에서는 특별정비구역 지정과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사업시행자(신탁사) 지정 단계에서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50% 동의만 있으면 지자체에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다. 1기 신도시 통합 재건축이 이 틀 안에서 진행되다 보니 동의율이 높은 단지가 사업 방향을 주도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거나 입지가 불리한 단지는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반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근거한 일반 재건축은 동별 소유주 50%, 전체 단지 70% 동의 등 훨씬 엄격한 요건을 두고 있어 "속도만 앞세운 특례"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노특법 개정안은 이 간극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정안은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서 '주택단지' 개념을 새로 정의하고 사업시행자를 지정할 때 전체 토지 등 소유자 과반 동의 외에 주택 단지별 구분 소유자 과반 동의를 추가 요건으로 규정했다. 통합 재건축을 전제로 하더라도 각 단지별로 과반 이상이 찬성해야 신탁사를 세울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 갈등을 인지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동의 요건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지별 동의율은 소수 단지의 재산권을 보호하면서도 극단적인 반대가 소송으로 이어져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라며 "초기에 갈등 요인을 명확히 정리하면 전체 속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고 설명했다.​​

법안에는 단지별 동의율 외에도 갈등을 줄이고 절차를 효율화하기 위한 보완 장치가 다수 담겼다. 토지 등 소유자가 기본계획 고시 이후 특별정비예정구역별로 주민대표단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대표단이 사업시행자·예비 사업시행자와 총괄사업관리자 선정, 개략적인 특별정비계획 작성, 특별정비구역 지정 제안 등 핵심 의사결정을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정비 관련 각종 계획을 통합해 마련하고 특별정비계획과 도정법상 사업시행계획을 동시에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도 신설했다. 대신 동의 방식과 동의서 인정 기준을 법에 명시하고, 위조·매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도입하는 방침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양지마을·평촌 A17, 제자리 재건축 놓고 통합 재건축 ‘정면충돌’

갈등의 현장은 이미 1기 신도시 선도지구에서 드러나고 있다. 분당 양지마을 금호1단지 소유주들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성남시에 제출한 특별정비구역 제안서가 정산 방식 등에서 불리하다며 단지 내에 반박 게시물을 내걸고 "재건축 후에도 현재 위치에서 신축을 분양받겠다"는 제자리 재건축을 요구하고 있다. 평촌 신도시 A17(꿈마을 금호·한신·라이프·현대) 금호 단지 소유주들도 안양시에 제출된 제안서가 금호아파트에 불리한 조항이 많다며 수정을 요구하는 등, 역세권 여부와 용적률, 분담 구조를 둘러싸고 단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단지별 동의율과 주민대표단 제도가 안착하면 향후 통합 재건축에서는 소수 단지 의견이 지금보다 더 비중 있게 반영되고, 초기 단계부터 배분 구조와 이주·원위치 배정 원칙을 놓고 단지별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통상 6개월 유예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이미 선도지구로 선정돼 제안서 제출·사업시행자 지정 절차가 진행 중인 구역은 새로운 요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한계도 제기된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