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인허가권' 이양 논란…공급속도 vs 도시계획 질서 '팽팽'
정비사업 병목 해소 위해 권한 이양·난개발·혼란 우려 맞서
"단순 권한 조정만으론 공급 확대 어려워…종합 대책 필요"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비사업 인허가권을 자치구로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과, 도시계획 질서와 현장 혼란을 우려하는 반대 입장이 맞서며 서울 정비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명분과 지방자치, 계획 통합 관리, 형평성 등 쟁점이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과 일부 자치구는 서울시에 인허가 절차가 집중되면서 병목이 발생한다고 짚으며, 일정 규모 이하 정비사업부터 자치구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서울시 심의에 수백 개 사업이 몰려 한 번 지연되면 1~2년씩 밀린다"며 "일정 규모 이하 정비사업부터 자치구로 이관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생활권을 가장 잘 아는 자치구가 정비계획을 신속히 마련해야 지역 맞춤형 공급이 가능하다"며, "정비구역 지정권 자치구 확대가 현실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정비사업의 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소요 기간은 18.5년이며, 조합 설립부터 착공까지는 평균 8.5년이 걸린다. 민주당과 자치구는 복잡한 행정절차와 잦은 인허가 지연이 주택 공급 병목의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서울시와 광역자치단체는 권한 분산이 도시계획 통합 관리와 인프라 균형, 난개발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치구가 인허가권을 나눠 갖게 되면 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며 "속도만 강조하면 도시계획의 유기적 질서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신중론을 유지했다.
구 단위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전세대란 등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한 찬반 입장 속에 정부는 정책 방향을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월 28일 성수1구역 현장에서 "정비사업 기간 단축이 핵심과제"라며 "정부와 관계기관이 함께 공급 속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도 "해당 사안은 국회, 당정 TF 논의를 거치고 있지만, 정책 확정에 앞서 지자체와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인허가권을 자치구에 실제로 이양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이 필수적이다. 정비사업 인허가권의 주체, 이양 범위·절차, 기초자치단체 권한과 책임, 상위 계획과의 연계, 관리·감독 체계 등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국토부와 지자체 간 협의, 공청회,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 절차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단순 권한 조정만으로는 주택 공급 병목 해소와 관리 효율, 균형 개발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장 의견과 지역별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허가권을 지방정부에 이관하는 것만으로는 주택 공급 병목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며 "교통 등 기반시설 확충과 행정체계 효율화 등 종합적인 정책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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