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 한 달 새 15% 급감…"팔 수도 살 수도 없다"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서울 아파트 매물이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한 달 만에 15% 이상 감소하며 7만 건대로 떨어졌다. 거래 절벽이 심화된 가운데 내년 입주 물량까지 줄어들면서, 공급 부족과 수급 불균형이 집값 상승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현재 7만 4044건으로, 한 달 전(8만 2723건)보다 15.3% 줄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용산구(0.8%)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매물이 감소했다.

성북구는 3087건에서 2252건으로 27.1% 줄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주요 단지들에서도 매물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장위동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는 45건에서 26건으로 42.3%,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는 73건에서 50건으로 31.6% 축소했다.

강서구(4080건→2993건, -26.7%), 서대문구(2677건→1982건, -26.0%), 마포구(2280건→1701건, -25.4%), 동대문구(2577건→1947건, -24.5%) 등 주요 지역에서도 매물이 일제히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가 움직이지 못하는 구조적 '거래 경색'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매수를 원하는 사람은 대출 규제로 살 수 없고, 매도자는 세금과 토지거래허가구역 부담 때문에 팔 수 없는 상황"이라며 "10·15 대책이 오히려 매물 잠김을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부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기존 매물 감소와 맞물려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내년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약 4200가구로, 올해 4만 6000가구의 10%에도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이후 단기 급등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강남권 기존 아파트가 신규 공급을 대신하는 '희소자산'으로 인식되면, 위축됐던 매수세가 다시 살아나면서 시장 불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형석 소장은 "서울 입주가 1만 가구가 안 되는 상황에서 매물까지 줄면 강남·용산·성동 등 핵심지역부터 집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10·15 대책 이후 거래심리가 위축됐지만,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집값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며 "이미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이 쌓여 있는 데다, 입주물량 급감 우려는 여전해 중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