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합쳐 '1000조 시대'…지방 부동산, 회복 기대감 커졌다
산단·R&D 시설 대규모 투자, 수도권 외곽·지방 중심 배치
전문가 "장기적 긍정 효과 기대…단기 회복은 제한적"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빅4 기업이 향후 5년간 국내에 최대 10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면서, 침체를 이어온 지방 부동산과 건설 경기에도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대규모 고용과 협력사 이전을 동반하는 초대형 산업 프로젝트가 지방 산업단지 중심으로 진행되면, 지역 가치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현대차·LG는 16일 열린 한미 관세 협상 세부 합의(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민관 회의에서 국내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투자 계획의 상당 부분은 수도권 외곽과 지방 산업도시에 집중될 전망이다.
삼성은 광주 삼성전자 플랜트그룹 공장을 비롯해 삼성SDS 전남 국가컴퓨팅센터, 구미 AI 데이터센터,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등에 투자를 예고했다. SK는 영남·서남권 중심의 AI 데이터센터 신규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셀트리온이 향후 3년간 인천 송도, 충북 오창, 충남 예산에 4조 원 규모 시설 투자를 진행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6762가구이며, 이 중 지방이 5만 1411가구로 전체의 77%를 차지한다. 지방 광역·중소도시는 분양가 상승과 이주 수요 감소가 겹치며 미분양 증가가 구조화돼 있다.
건설 경기 역시 부진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10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서울 84.8, 지방 53.5로 지방 경기 위축 폭이 더 크다. CBSI가 기준선 100을 밑돌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업계는 대기업 투자가 이러한 흐름을 반전시킬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단지 중심의 투자와 고용 창출이 지역 주거·상가·오피스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도 있다. 2023년 용인시 처인구가 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지정된 직후 토지·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산업용지와 택지 분양도 흥행했다. 평택의 경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2017년 가동된 이후, 84㎡ 아파트 가격은 2019년 2억 원 후반대에서 현재 4억 원대까지 올랐고, 2022년에는 7억 원 신고가를 기록했다. 상가와 신규 상업시설 수요 역시 늘며, 평택은 소도시에서 첨단 산업 도시로 성격이 바뀌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역 내 핵심 산업이 육성되면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가 단순 공장 증설이 아닌 AI, 반도체, 전고체 배터리 등 국가 미래산업 중심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는 "AI·반도체 관련 일자리가 지방에서 창출되면 수도권 유출이 줄고, 지역 인구 유입이 늘 수 있다"며 "산업 특구 수준의 생태계가 형성되면 장기적 수요 기반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간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대규모 산업 투자는 집행 결정, 인허가, 부지 조성, 공정 착공까지 시간이 걸린다. 경제 상황에 따라 공사가 일시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H5 공사는 2023년 공사 시작 후 메모리 수요 부진으로 2024년 초 공사가 잠정 중단된 바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 규모는 압도적이지만, 프로젝트 속도와 정부 지원, 글로벌 경기 등이 맞물려야 지방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기업 투자가 곧바로 인구 이동과 부동산 수요 증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권 경쟁력 훼손 없이 다른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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