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공사 사고, 5년간 1400건 발생…"계획서만 있고 안전은 없다"
매년 200건가량 사고 꾸준히 발생, 사망자도 두자릿수
전국 건축물 44%가 노후화…"수요 늘어 제도개선 필요"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철거 과정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해체·철거 공사 현장의 만성적인 안전 부실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위험도가 높은 공정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두 자릿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구조적 안전 부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전국의 철거 및 해체 공사 중 발생한 사고는 174건에 달한다. 이로 인해 16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10월 기준) 철거 관련 사고는 1439건, 사망자는 총 127명에 이른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243건(18명) △2021년 194건(32명) △2022년 207건(16명) △2023년 231건(22명) △2024년 261건(14명)으로, 매년 200건 안팎의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는 셈이다.
사고 비율은 일반 건설공사보다 훨씬 높다. 한국재난정보학회가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체공사 관련 재해는 연평균 120건 이상으로, 사망률은 전체 건설업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작업계획서 부재(27%) △구조 안정성 검토 부족(24%) △안전 감리 미이행(18%) △안전교육 미흡(15%) 등이 꼽힌다.적절한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못한 점이 사고를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형식적인 계획서와 하도급 구조에 따른 책임 회피를 지적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해체 작업자들과 관리자들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고, 현장에선 계획서와 다르게 작업을 이행하기도 한다"며 "특히나 공사비나 기간이 부족하고, 불법 재하도급도 사고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2021년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4구역 철거 붕괴사고 역시 해체계획서와 다른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는데도 감리·발주처가 이를 방치한 점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울산화력발전소 사고에서도 발주처는 '하청업체가 구조물 인양 중량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미루는 등 유사한 양상이 반복됐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사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건축물의 44.4%가 사용승인 후 30년 이상 된 노후 건물로, 상당수가 내진 설계나 화재 안전기준이 마련되기 전 지어진 건축물이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장은 "건축주가 철거 시 포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데 관리주체를 선임하면 면책이 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인력과 감리 인력이 분리돼 있어 연계성이 떨어진다"며 "게다가 국내에는 해체 관련 전문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최명기 교수는 "계획서 즉, 페이퍼 상으로는 위험 요소를 예방을 한다지만 현장에선 그렇게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감리자는 교육을 한다지만 작업자들이나 관리자에 대한 교육은 의무가 아니다. 인력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해체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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