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백지신탁제 논의 재점화…시장 안정엔 '한계' 전망

경실련 "국회의원 5명 중 1명 다주택자"…'신뢰 회복' 카드 부상
"정책 불신 완화 효과는 있으나 거래·가격 안정과는 별개"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자료사진).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정치권에서 부동산 백지신탁제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보유가 부동산 정책 신뢰를 떨어뜨리고 시장 불안을 자극한다는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백지신탁제가 ‘정책 신뢰 회복’의 상징적 조치가 될 수는 있어도, 집값 안정에는 직접적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2대 국회의원 5명 중 1명은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이며, 의원 1인당 평균 부동산 재산은 19억 5289만 원으로 국민 평균의 4.7배에 달한다. 최근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갭투자(전세 낀 매매)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부동산 백지신탁제'가 다시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백지신탁제의 핵심은 고위공직자가 실거주 목적의 1주택 외 모든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신탁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당국자가 부동산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 제도는 주식 백지신탁과 유사하지만, 아직 부동산 부문에는 도입된 적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대선후보 시절 "고위공직자가 부동산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필수 부동산 외에는 백지신탁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1대 국회에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해 대통령·국회의원·지자체장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 백지신탁을 추진했지만, 해당 법안은 회기 종료로 폐기됐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국회 본회의장 모습.(자료사진)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백지신탁제가 정책 신뢰 제고에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거래나 가격 안정에는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정책 당국자의 다주택 보유가 시장 신뢰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실제 매물로 나오는 규모는 전체 시장에서 매우 제한적"이라며 "상징적인 효과 외에는 실질적 가격 안정과 연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과 달리 부동산은 처분이 어렵고 생계와 직결돼 백지신탁을 강제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책 신뢰도 개선 효과는 있겠지만 주택시장 수급이나 가격 흐름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헌법재판소도 2012년 유사한 논의에서 "부동산은 주거와 직접 관련된 기본재산으로, 처분을 강제할 경우 과도한 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정책 불신 해소를 위한 상징적 장치로서 의미가 크지만, 공급 확대·금융 규제 완화 등 실질적 시장 안정화 대책과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모인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