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 나도 안전하게"…K-건축 기술 한자리에
승강식 피난기부터 배리어프리 리프트까지…생활 속 안전 체험
김재록 협회장 "K-건축 활성화 기대…해외 진출 밑거름"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손잡이를 잡고 페달을 밟으세요."
한 남성이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가자 주변의 관람객들이 탄성을 질렀다. 남성이 탄 것은 '승강식 비상탈출 장치'. 마치 엘리베이터처럼 움직이지만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무동력 구조물이다. 지켜보던 한 시민은 "생각보다 안정감이 있다. 어린아이도 충분히 탈 수 있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5일 서울 코엑스에서 국내 건축 기술의 현주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건축산업대전 2025'가 개막했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이번 전시는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했으며, '응답'(RESPOND)을 주제로 건축이 시민의 일상에 어떻게 반응하고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승강식 피난기였다. 이 장치는 고층 건물 화재 시 승강기처럼 타고 내려오는 비상탈출 장치로, 최대 7m 높이에서도 전기 없이 작동한다.
제조사 아세아방재 관계자는 "무동력 방식이라 정전이 나도 이용할 수 있다"며 "고층 건물 안전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계단식 리프트' 시연이 진행됐다. 이 장치는 평소에는 일반 계단으로 사용되지만, 휠체어 이용자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리프트 형태로 전환돼 지상층까지 이동시킨다.
비에프코리아가 개발한 이 장비는 BF(배리어 프리·장애물 없는)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충북에서 방문한 건축사 김 모 씨는 "배리어 프리 설계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건축업계에서도 이런 유니버설(보편적) 디자인이 더 널리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고단열 유리'도 주목받았다. 건축자들은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 유리를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작업자 안전을 높였다.
'하이퍼글라스'를 제작한 하이퍼지엔더블유 박원근 대표는 "건축물의 열 손실 대부분이 유리창에서 발생한다"며 "단열 성능을 높이면서도 가벼운 소재를 개발해 시공 안전성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전시회에는 국내 건축사들의 교류를 위한 '러닝'(Learning) 공간'과 '카페존'도 운영됐다. 정운기 건축산업대전 집행위원회 이사는 "미국 전시회처럼 관람객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퍼피존' 콘셉트를 벤치마킹했다"며 "기술뿐 아니라 감성적 교류가 있는 전시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현장을 찾은 김재록 대한건축사협회장은 "올해 전시는 친환경 자재와 혁신 기술이 공존하는 장이 됐다"며 "이런 흐름이 K-건축이 해외로 진출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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