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에도, 서울 아파트 보유세 줄줄이 인상
현실화율 69% 유지…시세 반영으로 고가주택 세금 최대 40%↑
"고강도 규제에 세제 부담↑…당분간 보유세 부담 어려워"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의 피로감과 여론 악화를 고려해 세제 정책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당초 예상됐던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은 올해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시세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내년 보유세는 최대 40% 가까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와 동일한 69%를 유지하기로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뜻하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의 산정 기준이 된다. 현행 부동산 세제는 시가에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비율을 곱해 산정된 과세표준을 바탕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집값 과열을 누를 목적으로 2030년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가동했다. 그러나 집값 급등으로 세 부담이 과도하게 늘자, 윤석열 정부는 이를 폐지하고 세제 안정 기조를 유지했다.
최근 정부가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현실화율 조정이 다시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현 수준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10·15 부동산 대책 등 고강도 규제에 따른 시장 피로감이 커지고,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 세 부담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내부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내놓은 세제 완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공식화했다.
다만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동결했더라도, 보유세 부담은 여전히 증가할 전망이다. 서울 주요 아파트의 시세가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내년 보유세 부담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울 마포구 마포자이 전용면적 84㎡의 경우 올해 보유세는 256만 원에서 내년 353만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 래미안 옥수리버젠 전용 84㎡ 역시 325만 원에서 453만 원으로, 128만 원 증가가 예상된다.
고가 주택의 인상 폭은 더 두드러진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6㎡의 내년도 보유세는 1258만 원으로, 올해보다 45.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의 경우 올해 1275만 원에서 1790만 원(40.4%)으로 급등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세제 부담이 높아진데다가, 고강도 대책에 대한 반발이 큰 만큼 당분간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그간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현실화율이나 세율을 조정하지 않더라도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거기다 고강도 규제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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