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X마음 열차 납품 2년 10개월 지연…"입찰 제도·법령 개선 시급"

1·2차 계약분 218칸 미납, 노후 열차 교체 지연 우려
국토부 납품능력 평가 개선 검토…국회, 입찰 제한 법안 발의

ITX마음 열차.(자료사진)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정부가 발주한 열차 납품이 과도하게 지연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문한 열차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노후 열차 교체가 지연돼 국민 안전에 영향을 주고, 유지보수 비용도 늘어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다원시스에 주문한 ITX마음 열차 납품이 최대 2년 10개월 늦어지고 있다.

코레일은 2018년 12월 31일 2716억 원 규모의 ITX-마음 150칸 계약을 체결(1차)했고, 2019년 11월 10일 4004억 원 규모의 ITX-마음 208칸 계약(2차)을 맺었다. 2024년에는 2429억 원 규모의 116칸 추가 계약(3차)을 체결했다.

그러나 2022년 12월 11일까지 납품을 완료하기로 했던 1차 계약분 중 30칸은 2년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미납 상태이며, 2023년 11월 10일까지 납품하기로 한 2차 계약분에서도 188칸이 여전히 미납됐다.

철도 발주과정 개선 필요…열차 납품능력 평가 강화해야

이처럼 미납 상태에서도 추가계약이 성사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차량 제작사인 다원시스뿐 아니라, 발주처 코레일과 감독 권한이 있는 국토교통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납품지연 상황을 막으려면 현행 철도 입찰제도와 관련법의 신속한 개선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열차 수주는 2단계 계약 절차로 진행된다. 1단계 기술평가에서 85점 이상을 받으면, 2단계에서는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가 낙찰받는 구조다.

한 열차 제작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은 입찰 시 가격·기술·납기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만, 한국은 기술점수 85점만 넘으면 이후에는 가격이 낮은 업체가 무조건 수주하는 방식이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저가 수주는 납품 지연뿐 아니라 품질 저하로 이어져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며 "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입찰 과정에서 납품능력 평가 비중이 매우 낮은 점을 개선하려 한다"며 "납품 이행을 하지 않은 업체에 대한 제재가 어려운 현행법의 한계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진환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이 21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대전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 (주)에스알(SR)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21/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국토부, 납품능력 평가기준 개선…국회서는 입찰제한 법안 발의

국토부도 열차 납품 지연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안을 준비 중이다. 입찰 제도 개선과 지연 시 제재 등에 대해 본격 논의하고 조만간 발주처인 코레일에 대한 감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납품능력 평가기준 개선을 포함한 열차 입찰제도를 개선하면서 현재 관련법 상 지체보상금 부과와 입찰제한을 동시에 하지 못하는 것의 문제점도 보고 있다"며 "납품 미이행인 회사에 또 발주를 한 코레일에 대해서도 조만간 감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정준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이행을 완료하지 않아 국가에 손해를 끼친 자'를 부정당업자로 규정해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납품 지연이 발생한 업체에 발주가 간 경위도 파악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입찰 제도 개선과 반복적인 납품 지연 업체에 대한 페널티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