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표류 '서부선 경전철'…건설사 못찾아 내년 착공 불투명

GS건설·현엔 빈자리 못 채워…컨소시엄 재구성 지연
서울시 "실시협약 체결도 아직"…인근 주민들 '한숨'

서울 서부선 경전철 노선도.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서울 서부선 경전철의 내년 착공이 불투명하다. 17년째 추진 중인 이 사업은 연말을 앞둔 시점에도, 지난해 이탈한 건설사 2곳을 대체할 파트너사(CI)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건설사 참여가 꺼려지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두산건설을 주축으로 한 서부선 경전철 컨소시엄 재구성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GS건설(006360)과 현대엔지니어링(064540)이 연달아 컨소시엄에서 빠진 이후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상태다.

은평~관악구 잇는 '서부선 경전철'…착공 시점 '불투명'

서부선 경전철은 은평구 새절역(6호선)부터 관악구 서울대입구역(2호선)까지 총 15.6㎞를 잇는 사업이다. 은평·서대문·마포·영등포·동작·관악 등 6개 자치구의 교통 소외지역을 통과하며, 정거장은 총 16개가 계획됐다. 서울 서북권 주민들의 숙원 사업으로 꼽혀왔지만, 2008년 사업 추진 이후 계속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부선 도시철도 실시협약은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 심의를 통과했다. 총 사업비는 기존 계획보다 약 4.2%(642억 원) 늘어난 1조 5783억 원이 됐지만, 참여 의향을 밝힌 건설사는 나오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올해 상반기 실시협약 체결과 내년 착공을 목표로 했으나 속도는 늦어지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선협상 대상자인 두산건설이 출자자를 다 꾸리지 못해 실시협약 체결이 아직 안 됐다"며 "계속 대기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원가 급등에 '낮은 사업성' 발목…주요 건설사들 꺼리는 공공 발주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리는 이유는 낮은 사업성 때문이다. 두산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처음 선정된 2021년 이후 3년 동안 공사비 원가가 급등했다. 총 사업비는 4%가량 올랐지만, 실제 공사비 상승분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건설 공사비 지수는 131로, 2020년 대비 약 31%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공공 발주 관급공사의 공사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다, 연차공사 계약 특성상 매년 분할 발주되는 공사에서 자재비·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관급 공사의 공사비가 부족해 참여를 꺼린다"며 "경전철처럼 도시균형 발전 효과가 큰 사업은 민자 대신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자금을 서부선 경전철 사업에 출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출자 적정성 여부는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가 심사 중이다. SH 관계자는 "현재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사업 지연으로 집값 상승을 기대했던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은평구 백련산 힐스테이트, 백련산SK뷰아이파크, 서대문구 DMC센트럴 아이파크 등은 대표적인 개통 호재 단지였다. 새절역 인근 백련산힐스테이트 2차 전용 84㎡는 2021년 10월 10억 5000만 원을 기록했지만, 이달에는 8억 6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