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노도강' 부동산, 고강도 규제 후 적막…"구청은 뭐하나"
매물 품귀·거래 급감…실거주자 발만 동동
구청 차원의 대응·대책 요구 목소리 확산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수백만 원짜리 가방을 못 산다고 해서 천 원짜리 가방을 수십 개 사는 건 아니잖아요? 여기는 강남과 시장 구조가 다른데, 풍선효과를 얘기하는 건…"(노원구 공인중개사 A 씨)
28일 찾은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0단지아파트' 인근 부동산은 평소 오전이면 손님과 계약서 작성으로 분주하지만, 이날은 사무실마다 고요했다. 중개사들은 빈 모니터를 바라보며 걸려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렸고, 일부 사무소는 임시 휴업에 돌입한 상태였다.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네이버 부동산에 올릴 매물조차 아예 없다. 그냥 문만 열어두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전역을 규제 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번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이달 1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는 총 1628건으로, 직전 2주(4317건)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노원 상계동 일대 거래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실거주 의무가 부여돼 전세를 끼고 있는 매물은 거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매매가 가능한 실거주 물건마저 자취를 감췄다.
상계주공10단지 공인중개사 대표는 "이미 급매물이나 내부 상태가 좋은 매물은 규제 발표 전후 모두 나갔다. 집주인들도 규제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전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제한과 갭투자(전세 낀 매매) 금지로 수요자들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매수 문의도 크게 줄었다. 재건축 투자 수요마저 줄면서 시세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매물이 급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갭투자 수요뿐 아니라 실제로 입주해 살려는 재건축 수요도 있었는데, 그것마저 막히면서 거래가 거의 멈췄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주요 지역과 달리 외곽 지역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노원구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1.44%에 불과하다. 강북구(0.79%)와 도봉구(0.54%)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책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 지역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다. 대출 비중이 높은 실수요자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거래가 급격히 위축됐다.
상계주공1단지 인근 관계자는 "최근 21평 아파트를 팔고 같은 단지의 더 큰 평수로 옮기려던 가족도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못 했다. 이제 집을 팔 수도, 살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실수요자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지자체를 향한 불만도 적지 않다. 앞서 서울 15개 자치구 구청장은 10·15 대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일부 구청장은 서명하지 않았다.
노원구 한 중개사는 "지역 주민이 갑작스러운 규제로 고통받는다면 구청장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낙후된 현재 노원구 주거 환경을 고려하면, 구청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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