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끝나도 '수년째 미청산' 유보금 펑펑…청산 운영규정 만든다

느슨한 청산관리 개선…조합 운영규정 표준화 착수
"청산 과정에서 문제점 발생…정책적 수요 있어"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5.10.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완료돼 입주가 끝난 이후에도 조합 청산을 질질 끌며 운영비를 가져다 쓰는 문제가 반복되자, 정부가 손질에 나섰다. 표준 운영규정을 제정해 조합 청산 과정을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29일 한국부동산원은 28일 '정비사업 조합 청산 제도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르면 12월 말께 연구용역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용역은 정비사업 조합의 장기 미청산으로 인한 피해가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일부 조합은 청산 과정에서 유보금을 과도하게 사용해 사업 역량이 떨어지고, 조합원 환급금이 줄어드는 문제까지 빚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기준, 조합 해산 후 청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아파트 단지는 전국 327곳에 달한다. 해산 당시 잔여자금은 총 1조 3880억 원이었지만, 현재 남은 금액은 4867억 원으로 청산 과정에서 9013억 원이 사용됐다.

이 가운데 서울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서울 156개 조합이 해산 시점에 9583억 원을 보유했지만, 현재 남은 자금은 2831억 원으로 70% 이상이 소진됐다.

유보금은 조합원에게 환급돼야 하는 자금이지만, 청산이 장기화될수록 운영비나 소송비 등 명목으로 지출되며 조합원 환급액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부동산원은 조합 청산 과정 전반에 대한 관리 강화를 목표로 청산위원회 표준 운영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온 청산 절차를 구체화해 투명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장기 운영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 규정과 마찬가지로, 회계 및 행정 업무, 임원 수, 의사 결정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할 예정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그동안 장기간 청산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청산조합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기준 마련에 대한 정책적 수요가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청산 조합이 조합원의 재산에 과도하게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는 "몇 년씩 청산을 끌며 운영비로 몇억씩 쓰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청산이 길어질수록 조합원들의 환급액이 줄어드는 만큼, 시급한 청산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