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유권해석"…감평사協, 국민은행 '자체평가' 즉각 중단 촉구

은행 "단계적 축소 검토" 완화안 제시…"시간 끌기일 뿐"
협회·은행·금융위·금감원…4자 협의체서 최종 결론 주목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앞에서 '제2차 국민은행 감정평가시장 불법 침탈행위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1

(서울=뉴스1) 황보준엽 김도엽 기자 = 은행이 감정평가 시장에 직접 뛰어들면서 촉발된 '불법 침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자체 감정평가 업무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감정평가사협회는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에 따라 은행의 자체 평가는 명백한 위법"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공적 평가 권한을 둘러싼 금융권과 감정평가업계의 충돌이 정면 대치 국면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28일 금융권과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자체 감정평가 업무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또 감정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가치평가부' 명칭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에 따라 부서 이름 변경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의 자체 감정평가 규모는 2022년 약 26조 원에서 2023년 50조 원, 올해 약 75조 원으로 추정된다. 3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에 감정평가사협회는 "감정평가 시장을 침탈하는 불법 행위"라며 전국 단위 규탄대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해 왔다. 협회는 국민은행의 자체 평가가 감정평가법상 인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르면, 감정평가 업무는 국토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감정평가법인 또는 감정평가사사무소에서만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최근 국토부도 "은행이 감정평가사를 고용해 담보물을 직접 평가하는 행위는 감정평가법 위반"이라는 공식 유권해석을 내놨다. 협회는 "점진적 축소"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길수 감정평가사협회장은 "국민은행이 언제까지 얼마만큼 축소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미 정부의 법적 판단이 나온 만큼 즉각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감정평가사협회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민은행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가 최종 조정에 나선다.

협회 관계자는 "협의 과정에서 서로의 이해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논의와 별개로 집회는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협상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