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엇박자에 흔들리는 집값 안정책…매물 잠김·전세 불안 겹쳤다
10·15 이후 서울 매물 10% 증발…당정 세제조정 온도차
세제 개편 막히고 '9년 전세법' 논란까지, 불확실성만 확대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불안한 집값을 잡기 위해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당정 간 엇박자와 정책 신뢰 저하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유도할 세제 조정 논의가 여당의 비협조로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시장의 '잠김 현상'은 더 심화하는 분위기다.
27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6만 6647건으로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7만 4044건)보다 약 10% 감소했다. 불과 열흘 만에 8000건 가까운 매물이 사라진 셈이다.
이는 실거주 의무 부과로 갭투자가 막히면서, 전세가 낀 매물이 시장에서 빠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전세 계약이 남은 주택의 매매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매도 대신 증여로 버티는 사례도 늘었다.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올해 1~9월 5883건으로 전년 동기(4912건) 대비 19.8% 증가했다.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오히려 공급이 잠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이런 흐름을 인식하고 있다. 단순한 규제보다는 보유세 인상과 거래세 인하를 병행해 매물을 풀겠다는 구상이었으나, 정치적 이견에 막혀 진전이 없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세제는 응능부담 원칙과 국민 수용성을 함께 고려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추진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여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제 개편 논의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규제→매물출회→시장안정'으로 이어지는 정책 설계가 사실상 흔들리고 있다.
전세 시장 역시 불안하다.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공급이 줄어들며 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여당이 오히려 전세계약 기간을 늘리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장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횟수를 현행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고, 갱신 시 임대차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보증금·선순위 담보권·세금 체납액을 모두 합친 금액이 주택가의 70%를 넘지 않도록 상한을 설정했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집주인들이 미래 시세 변동을 반영해 초기 전세금을 크게 올리거나,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임대차3법 시행 직전에도 이 같은 '전세 급등' 현상이 실제로 발생했다.
전세시장 불안은 장기적으로 매매시장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 전세금이 오르면 매매 전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부가 기대하는 '가격 안정' 시나리오는 사실상 멀어진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 소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매물이 줄면 세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유도해야 하는데, 당정 이견으로 후속 대책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여기에 전세 9년 법안까지 나오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라면 정부의 대책이 오히려 시장 왜곡을 부추길 수 있다"며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상승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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