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경기 12곳 '규제지역' 초강수…전문가 "단기적 처방"

갭투자 차단, 주담대·전세대출 규제 강화…단기 매수세 억제
장기적 집값 안정 효과 제한적…월세화·정비사업 지연 우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건설부동산부 = 정부가 서울 전역과 분당·수원을 포함한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 대책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매수세를 억제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제한되면서 3개월가량 거래량이 줄겠지만, 강남권과 한강벨트 일대에서는 현금으로 매수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아 집값 전반을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1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의 핵심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기존 4개 자치구(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이어 나머지 21개 자치구가 추가 지정됐다. 경기도에서는 과천, 광명, 성남(분당·수정·중원), 수원(영통·장안·팔달), 안양, 용인(수지), 의왕, 하남이 포함됐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묶여 분양권 3년 전매 제한과 2년 이상의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는 수도권·규제지역에서 15억 원 이하 주택은 기존과 동일하게 6억 원, 15억~25억 원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차등 적용된다.

아울러 주담대 스트레스 금리는 기존 1.5%에서 3.0%로 상향 조정되며, 전세대출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적용된다.

"당분간 패닉바잉 멈출 듯, 가격 조정 불가피"…장기효과 없을 듯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매수세를 억제하고 투자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으로 서울 강남권과 한강벨트의 FOMO(Fear of Missing Out, 자기만 소외되는 두려움)와 패닉바잉 거래가 일부 숨을 고를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불장이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전체를 규제지역으로 묶은 만큼 4분기 거래량은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며 "다주택자나 매입 대기자도 세금 부담과 대출 규제 강화로 가수요 유입이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실거주 의무가 생기면서 당분간 거래량이 급감할 것"이라며 "실거주 중심의 거래가 이어지면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6·27 대책에 이어 이번 2차 충격 요법으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전체적으로 숨고르기 장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대상 지역에서는 일부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심형석 우대빵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시장 안정 효과는 3개월 정도 유지될 수 있다"며 "강남권은 서서히 회복하겠지만 외곽지역은 다소 더 오래 조정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이번 대책은 기준금리 인하 이전 내놓은 단기적 집값 안정화 정책으로, 과거에도 강남3구와 용산구 규제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한강벨트 일대 풍선효과를 차단하려 했지만, 초고가 아파트는 현금 부자가 매수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함영진 랩장은 "풍부한 유동자금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겹쳐 주택구매 수요가 완전히 억제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올해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대부분 자체 자금으로 매수 가능한 강남권 한강벨트"라고 설명했다.

임대차 시장 '월세화 가속' 전망…정비사업 지연 우려도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효선 위원은 "갭투자가 제한되고 내년 입주물량이 적어지면서 월세화가 빨라져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도 "전세대출 규제로 전세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며, 월세화와 임차인 주거비 부담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대책은 정비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비사업 내 지분 거래와 조합원 교체가 사실상 차단되며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되고, 이주비 대출 제한으로 초기 단계 정비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들은 시장 추이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박원갑 위원은 "호가에 맞춰 '묻지마 매수'를 피하고, 정부의 추가 세제대책이 나올 가능성을 고려해 상급지로의 갈아타기도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