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급등에 일부 집주인 '배액배상' 카드 꺼내 들었다

상승폭, 계약금 배액 넘어…중도금 미입금 상태서 인상 요구
한강변·재건축 인기 단지 중심…"계약 파기 사례 늘 수 있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단지 모습. 2025.10.9/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집 계약 후 실거래가가 1억 원 이상 올랐는데, 매도인이 배액배상을 거론하며 당초보다 집값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도금도 아직 넣지 않은 상황이라, 계약이 파기되면 더 많은 돈을 들여 집을 구해야 할 처지입니다."(30대 직장인 A 씨)

서울 집값이 치솟으면서 일부 집주인들은 배액배상을 통해서라도 계약을 파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매도자들이 집값 상승액이 배상액을 넘어설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따라 계약 파기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법상 계약금을 받은 쪽이 계약을 해제하려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 한다. 이때 계약금 기준은 실제 지급된 가계약금이 아니라, 매매계약서에 명시된 전체 약정 계약금이다.

서울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매도자 우위 흐름이 뚜렷하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3.4로, 전주(101.9)보다 1.5포인트(p)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3.5에서 104.3으로 올랐으며, 노원·도봉·강북구가 포함된 강북 지역은 100.3에서 102.4로 상승했다. 매매수급지수는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를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지표로, 기준선 100을 넘으면 매수세가 우세하다는 의미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에서는 가격 상승 기대감이 있는 재건축 추진 단지, 대단지, 역세권 등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보다 5억 원 이상 오른 단지도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4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105동 전용면적 84㎡(15층)는 23억 1500만 원에 거래됐다. 이후 지난달 같은 동·같은 층 아파트는 28억 2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매도자들은 계약 파기를 고민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중도금을 받지 않은 매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배액배상을 카드로 활용해 매수자와 협상하거나 실제 계약을 파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값 급등기에 이런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에서도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한강변 일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매도자가 본계약 시점을 늦춘 뒤, 매매가를 올려달라는 카드로 배액배상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hwsh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