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분당 이어 해운대도 신탁 재건축 추진…조합 없이 진행

대우 마리나 1·2차, 상가 갈등 계속 되자 '신탁 검토'
목동 단지 14곳 중 8곳 '신탁'…전국 곳곳 신탁사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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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최근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조합 대신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려는 노후 단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탁을 선택하고 있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 대우 마리나 1·2차 아파트는 신탁 형태 재건축을 검토 중이다. 단지 신탁방식정비 추진준비위원회는 지난 9월 27일 주민 설명회를 열고, 신탁업체 공개 모집을 위한 동의서 징구를 시작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주민 250명과 상가 소유주 50명이 참석해 조합 방식과 신탁 방식 재건축을 비교하는 자리를 가졌다.

해운대 대우 마리나 1·2차 재건축은 총 2000가구 규모의 대단지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4조 원에 달한다. 신탁 방식을 검토하는 이유는 사업 속도를 고려해서다. 단지는 2023년 지하상가 분할 이후 상가 소유주와 단지 간 갈등이 2년간 이어졌고, 신탁사의 전문성을 통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탁 방식은 신탁사가 사업 시행자로 나서 △사업비 조달 △공사 △분양 등 재건축 전 과정을 주도한다. 조합을 설립해 주민들이 직접 진행하는 방식과 달리, 내부 갈등이나 비리 가능성을 줄이고 사업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신탁 형태로 진행하면 사업 구성원 간 내부 갈등을 막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전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재건축 단지도 신탁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8개 단지가 신탁을 선택했으며, 9월 중순에는 10·13·14단지가 양천구청에 각자 신탁사를 사업 시행자로 지정 신청했다. 구체적으로는 △1단지(우리자산신탁) △2·5단지(하나자산신탁) △9·11단지(한국자산신탁) △10단지(한국토지신탁) △13단지(대신자산신탁) △14단지(KB부동산신탁) 등이 신탁을 추진하고, 나머지 6개 단지는 조합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탁 방식은 재건축 속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고도제한 규제 개정으로 양천구 일대 건물 높이가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계획된 층수를 유지하고 인허가를 신속히 받기 위해 신탁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분당 양지마을 통합 재건축도 신탁 방식으로 결정됐다. 1단지 금호, 2단지 청구, 3·5단지 금호한양, 5단지 한양, 6단지 금호청구·한양 아파트가 한국토지신탁과 손잡고 통합 재건축을 추진한다.

다만 신탁 방식의 단점도 존재한다. 신탁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부담이 크고, 사업성이 높지 않으면 속도가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장 비리를 차단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수수료 부담과 사업성 문제 때문에 다시 조합으로 선회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