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규제만으론 산재 못 막는다…맞춤 지원책 시급

[처벌만으론 부족]③미국·독일 등 선진국 사례 참고
실질적 인력·예산 지원 없이 처벌만 강화…현장 안전 확보에 한계

편집자주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건설업계에 초강도 제재를 예고하면서 산업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과도한 처벌 위주의 정책이 오히려 산업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정부의 건설안전 강화 대책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규제 중심 접근의 한계, 그리고 실질적 안전 확보를 위한 현장 맞춤형 지원 방안을 짚어본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건설산업 재해 예방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지원 없이 처벌 중심 정책이 이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 기술 도입이나 규제 강화만으로는 안전사고를 줄일 수 없다며, 현장 상황과 공정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과 책임 분담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건설현장, 규제만으론 산재 못 막는다…"지원 없으면 실효성 없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안전관리 기술 도입, 외국인 근로자 맞춤 교육, 컨설팅·재정 지원, 작업중지권 확대 등을 포함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 발주처 책임 분담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규제만으로는 사고 예방에 한계가 뚜렷하다"며 "공정별 위험 특성과 현장 상황에 맞는 지원, 전문 인력풀, 발주처 안전예산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건설사와 하도급 업체의 관리 체계, 인력풀 부족은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로 지적된다.

서울 시내 신축 아파트 시공 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선진국은 '예산+책임+인력풀'…한국은 지원실행력 여전히 부족

미국, 독일, 캐나다,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은 산업안전 정책에서 예산·인력·책임을 병행하며 실질적 현장 변화를 유도한다.

미국 OSHA 체계에서는 반복 교육과 독립 안전관리자 배치, 책임 공유 구조를 운영한다. 독일은 현장 조정자의 법적 의무화, 국가 주도의 인력·예산 직접 지원, 발주처-시공사 공동안전책임제를 적용한다. 캐나다, 일본, 영국 등은 발주처 안전예산 편성과 집행, 전문인력풀 운영, 공정별 맞춤 지원 등 현장 체감형 대책을 실질적으로 적용한다.

반면 국내 건설현장은 외국인 근로자와 고령 노동자 비중이 높지만, 정책 실행 점검 시스템이 미비하고 예산·인력풀 집행력도 낮다. 현장 관리자들은 "선진국처럼 실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책임을 분담하고, 공정별 맞춤 조직이 운영돼야 사고 감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현장 맞춤 지원이 특히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인력 구조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와 고령 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로 인해 사고 발생 시 단순 처벌만으로는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비율이 높은 현장이나 체력적 한계가 있는 고령 근로자가 많은 현장에서는, 실질적 지원과 인력 관리 없이는 사고 예방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지원·책임 분담 대책 필요

업계와 전문가들은 단순 규제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적정 공사비와 공기' 보장을 정책에 포함시킨 점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인력과 예산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지원 대책이 부족해 안전관리 인력 확보와 예산 운용이 쉽지 않다"며 "중소·중견사 중심 인력풀 지원과 예산보전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 역시 "현장 실정에 맞는 실효적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안전관리 기술 도입과 인력 재교육, 발주처와 예산 집행 협업이 이뤄져야 실제 사고 예방 효과가 커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발주처 예산 집행과 책임 명문화 △단계별 인력풀 지원 시스템화 △공정·위험별 맞춤형 지원 △집행 실태 점검제 도입 등 다각적 정책 보완을 주문한다. 이러한 현장 중심 개선이 동반돼야 산업재해 감소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