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서울 주택 대거 매도…강화된 규제에 엑시트 본격화

집값 회복 더디자…외국인 투자자 '수익실현' 본격화
외국인 매도 증가 가능성도…"규제에 투자 매력 뚝"

서울 아파트단지 모습. (자료사진)/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올해 들어 외국인의 서울 부동산 매도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집값 반등이 더디자 차익 실현에 나서는 동시에, 강화된 규제로 신규 매입 길이 막히면서 '탈서울' 흐름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도인 현황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1~8월 외국인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매도 건수는 134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매도 건수(1388건)에 이미 육박하는 수준이다. 남은 4개월간 거래량을 합치면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와 비교해도 증가 폭은 뚜렷하다. 2022년 942건, 2023년 1061건 수준이던 매도 건수는 올해 들어 불과 8개월 만에 이미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8월 한 달 동안에는 246건이 거래돼, 단일 월간 기준으로 2019년 11월(330건)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올해 내내 강했다. 월간 거래가 단 한 차례도 100건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고, 2020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200건대 매도가 올해에만 두 차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잇따른 매도를 '수익 실현'으로 해석한다. 서울 집값은 고점 대비 일부 조정을 받았지만, 추가 반등은 더딘 상황이다. 이에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는 '엑시트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과거 상승기에 매수했던 물량을 내놨을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우 장기 보유보다는 적정 시점에 처분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규제 강화도 매도세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신규 주택 구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국인의 주택 매입 요건이 크게 까다로워지면서 '들어오기 힘든 시장'이 된 만큼 기존 자산을 처분하는 쪽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서울 전역과 경기도 23개 시·군, 인천시 7개 구를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지역에서 주택을 매수하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가 필요하다. 또 허가를 받더라도 4개월 내 입주하고 최소 2년간 실제 거주해야 하는 의무가 뒤따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규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외국인에게 더이상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게 됐다"며 "매도 후 다시 매수로 연결되는 과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빠져나가려는 움직임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