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모건스탠리·영국 투자사"…해외 큰손, 임대주택 '눈독'

전세사고 여파에 월세 거래 급증…외국 자본, 임대시장 '러시'
정부 규제 완화에도 20년 의무임대 등 제도적 걸림돌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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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글로벌 자본이 국내 민간임대 주택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월세 거래가 급증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을 '차세대 임대 시장'으로 낙점했다. 일본에서 이미 경험을 쌓은 이들은 성장 잠재력이 큰 한국에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계 투자사 M&G리얼에스테이트는 8월말 SK디앤디(210980) 부동산 운영 자회사 디앤디프라퍼티솔루션과 임대사업 분야 협력을 발표했다.

양사는 SK디앤디의 주거 브랜드 '에피소드 컨비니'의 2호점인 '에피소드 컨비니 신당'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곳은 10월 정식 오픈하는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개인 주거공간과 함께 루프톱 테라스 등 공용 공간으로 구성됐다.

해외 자본의 국내 임대시장 진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세계 3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서울 길동(104가구), 독산동(195가구), 안암동(60가구) 일대 오피스텔을 매입하며 그래비티 운용·SLP, SK디앤디, 홈즈컴퍼니와 손잡고 임대주택에 공동 투자에 나섰다.

미국 유명 사모펀드 KKR은 홍콩계 부동산 회사 '위브 리빙'과 함께 영등포구 양평동 고급 레지던스(157가구)와 동대문구 휘경동 오피스텔(98가구)을 사들였다.

영국계 사모 펀드(PEF) 운용사 ICG도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명동 소재 호텔을 인수했다. 위브리빙과 함께 코리빙(공유 주거) 공간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또 금천구 가산 오피스텔(180가구)과 수원 호텔(242가구)을 매입했다.

미국 부동산 기업 하인즈도 올해 5월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78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을 매입하며 합류했다.

외국 자본이 국내 임대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커지는 월세 시장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차 계약 중 월세 계약은 105만 6898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월세 비중도 61.9%를 찍으며 사상 처음 60%대를 넘어섰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년간 전세사고 증가로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압도하기 시작했다"며 "해외 자본은 일본에서 축적한 임대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을 차기 성장 시장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여러 대책을 발표한 점도 유인책이 됐다. 지난해 8월 발표된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제도는 100가구 이상 임대주택을 운영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의무 임대기간을 20년으로 늘린 것이 핵심이다.

다만 제도적 걸림돌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연구원은 "20년간 의무 임대기간이 적용되면 (그 기간 동안) 투자금이 묶인다"며 "해외 자본은 현재 한국 임대주택 사업 여건을 최악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