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오피스텔 잇단 공매…분양 부진과 자금난 직격탄

높은 분양가·경기 침체 겹쳐…고급 오피스텔 미분양 증가
금리 인상·아파트 선호 속 PF 전환 실패·자금난 여파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오피스텔 모습.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최근 초고급 오피스텔과 예정 부지들이 연이어 공매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자금난과 미분양 문제가 '하이엔드 오피스텔'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11일 온라인 공매 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 피엔폴루스 크리아체' 부지가 공매에 나왔다. 감정평가액은 757억 9280만 원이다.

해당 오피스텔은 하이엔드 주택의 대명사인 '청담 피엔폴루스'의 후속작이다. 전용 39~59㎡ 소형 면적을 앞세워 1·2인 가구를 공략했다. 수분양자가 직접 선택하는 '커스텀 하우스' 시스템을 도입해 '영앤리치' 수요를 겨냥했다.

하지만 높은 분양가에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미분양으로 인해 오피스텔은 착공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이후 세금 체납 문제까지 터지며 오피스텔 부지 전체가 공매에 넘어갔다.

양재역 하이엔드 오피스텔 '서초 르니드'도 3분의 2가량의 호실이 공매로 나왔다. 높은 분양가(전용 42㎡ 14억 6600만~15억 9300만 원)에 최초 분양률이 30%대에 그쳤고, 시행사가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며 공실이 무더기로 공매에 부쳐졌다.

하이엔드 오피스텔 시장은 2021년 부동산 호황기 당시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양적 완화로 공급된 유동성이 대출 규제가 없는 하이엔드 오피스텔 시장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미분양이 속출했다.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사업장들이 잇따라 공매로 내몰렸다.

아파트 쏠림 현상으로 오피스텔을 비롯한 비아파트 수요가 줄어든 점도 악재다. 평당 1억 원 수준의 높은 분양가도 발목을 잡았다.

당분간 하이엔드 오피스텔 시장의 침체는 계속될 전망이다. 여전히 여러 사업장이 미분양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명품 브랜드 '펜디'가 인테리어를 맡은 '포도 바이 펜디 까사'도 본PF 전환에 실패하며 공매에 부쳐졌다. 역시 본PF 전환에 실패한 강남구 청담동 고가 오피스텔 '청담501'의 부지도 여러 차례 유찰된 끝에 수의계약으로 최근 주인을 찾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당시 아파트의 대체제로 고급 오피스텔이 주목받았고, 디벨로퍼 측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강남 일대에 하이엔드 주거를 앞세워 분양에 나섰다"며 "이후 PF, 공사비 급등 등 여러 문제가 터지며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