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직접 짓고 분양도?"…정부, 공공개발 구조 전환 모색
싱가포르 HDB 벤치마크론 고개…적자·재정 부담엔 신중론 팽배
공공이 다 짓는다지만…LH 적자구조 손질 없인 공염불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구조 개편을 예고했다. 토지를 매각하는 '땅장사' 구조에서 벗어나 공공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택지 개발부터 건설, 분양까지 공영개발 전 과정을 공공이 맡는 싱가포르 모델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해당 모델은 매년 수조 원대의 손실을 정부 재정이 보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 도입보다는 '균형 잡힌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정책실과 고민해 택지 공급시스템의 근본을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어 "택지를 조성한 뒤 일정 이익을 붙여 민간에 파는 방식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며 "LH가 직접 집을 짓고, 건설사는 도급만 맡는 방식은 불가능한가"라고 말했다.
이는 택지 조성, 개발, 시행을 모두 LH가 담당하고, 민간은 시공만 맡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제안으로 해석된다.
싱가포르의 HDB(Housing and Development Board)는 현 정부기 지향하는 '공공이 책임지는 개발'을 가장 충실히 구현한 사례다.
토지는 싱가포르 토지청(SLA)이 확보하고, 이를 HDB가 시장가격으로 99년간 임대한다. HDB는 시행사이자 감독기관으로서 주택의 설계, 시공, 분양, 운영까지 전 과정을 담당한다. 민간 건설사는 시공만 맡는다.
과거에는 민간이 설계부터 분양까지 주도하는 구조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중단됐다.
이러한 강력한 공공주도 방식을 통해 HDB는 전체 주택 공급의 약 65%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며, 지난해 기준 정부가 약 7조 4000억 원을 국고에서 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UR도시재생기구(UR·Urban Renaissance agency)는 노후 도심 정비와 임대주택 공급을 중심으로 공공이 기획하고·민관이 집행하는 '공공-민간 협력형' 모델을 따르고 있다.
UR은 1955년 주택난 해소를 위해 설립된 일본주택공단이 모태로, 이후 여러 기관을 거쳐 2004년 현재의 독립행정법인 지금의 모습으로 개편됐다.
경제 성장기에는 대규모 임대주택 공급과 택지 개발이 주된 역할이었다면, 현재는 노후 주거지 재생과 임대주택 재정비 중심으로 기능이 전환됐다.
UR은 과거에 비해 조직 규모가 줄어들며 현재는 지구지정, 보상협의 등 기획 및 조정 기능을 주로 수행하며, 대부분의 개발과 건설 업무는 민간에 맡기는 추세다.
영국은 공공이 직접 개발을 수행하지는 않는다. 중앙정부의 전담조직인 홈스 잉글랜드(Homes England)는 토지 공급을 통해 민간 주택공급을 촉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토지통합기금(Land Assembly Fund)을 활용해 복잡한 토지 소유권 문제나 기반시설 설치 지연 등을 해소한 뒤, 민간에 매각하는 '마스터 디벨로퍼' 역할을 수행한다.
영국은 공공의 역할이 '주택공급 촉진자'에 가깝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성이 강조되는 싱가포르식 모델의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급 안정성과 기획 통제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한국의 주택 공급 규모와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단순한 모방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2023~2025년 사이 민간·공공을 합쳐 10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지만, 한국은 공공주택만 5년간 10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가 직접 시행하고 공급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다"면서도 "LH는 현재 택지 매각 수익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어, 직접 공급 비중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재정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전세사기 대응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LH가 다수 맡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그 업무들을 재정비하는 게 우선"이라며 "싱가포르와는 재정, 제도, 공급 규모가 다른 만큼, 점진적인 구조조정이 바람직하다"고 조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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