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인 60%가 고령층…현장 안전 '경고등'

Z세대 외면에 청년 인력 유입 '뚝'…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
사망 사고 80%가 50대 이상…스마트 기술·구조개선 시급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우리 건설업계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젊은 층의 유입이 끊긴 자리를 고령 인력이 메우는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산업 전반의 활력 저하뿐 아니라 현장 안전 문제까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자의 사고 비중이 전체 사망 사고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현장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는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 등 안전망 확보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건설기술인 50대 이상 60%…Z세대도 외면

31일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건설 기술인 104만 3779명 가운데 50대 이상 건설기술인은 62만 3253명으로, 전체의 59.7%를 차지했다.

건설기술인은 건축사·기술사 등 관련 국가 자격증과 전문 경력을 갖춘 이들로, 건설 현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30대 이하는 15.3%, 20대는 고작 3.4%에 불과하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발표한 'Z세대의 건설산업 이미지와 진로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학생은 19%, 고등학생은 6%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 침체 기운이 감돌고, 젊은 층마저 건설업을 기피하면서 산업 전반이 원동력을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사망 사고 80%가 50대 이상…고령 근로자 중심의 위험 구조

실제 현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건설업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총 2061명이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은 900명(43.7%), 50대 이상은 1619명으로 전체의 78.6%에 달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의 2024년 건설사고정보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 사망사고 195건 중 가장 많은 유형은 '떨어짐'으로 103건(53%)을 차지했다. 그중 60대 이상 사망자가 56명(54%), 50대 이상은 84명으로 82%에 이른다. '깔림' 사고에서도 50대 이상 비중이 91%(29건)를 차지했다.

지난 28일 발생한 포스코이앤씨 사망 사고도 60대 노동자가 천공기에 끼여 숨진 사례로, 이재명 대통령이 "징벌적 배상까지 검토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중대하게 다뤄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고령화된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증가에도 사고 위험 여전

최근 외국인 근로자들이 젊은 층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지만, 언어 소통 문제 등으로 안전사고가 여전하다. 2023년 기준 외국인 근로자 상해 사고 8434건 중 39.8%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전체 건설근로자 중 외국인 비중은 14.7% 수준이지만, 이들이 겪는 사고율은 훨씬 높다. 특히 소규모 공사장에서 사고가 집중되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2023년 사망자의 54.9%가 공사비 50억 원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일본은 이미 '스마트 건설'…한국도 기술전환 시급

건설 업계는 무인화·스마트 건설기술 도입으로 기본적인 안전망 확보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이미 '아이 컨스트럭션(i-Construction) 2.0' 정책을 통해 시공 자동화, 데이터 연결 자동화, 시공 관리 자동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AI(인공지능) 기반 공정관리 시스템, 모듈러 주택 기술 등 첨단 기술 확대에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단순 노동 위주로 인식되는 건설업계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부 체질부터 바뀌지 않으면 건설업계가 처한 여러 구조적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업계도 이를 인지하고 기술개발과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