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회의 땅 베트남, 지금 필요한 건 속도보다 방향이다

지난 2019년 12월 10일,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 22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시안게임에서 60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한 직후, 하노이 시내에 모인 축구 팬들이 국기를 흔들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지난 2019년 12월 10일,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 22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시안게임에서 60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한 직후, 하노이 시내에 모인 축구 팬들이 국기를 흔들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베트남 흥옌성=뉴스1) 조용훈 기자 = 베트남 건설·부동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현지 취재를 통해 마주한 베트남은 그야말로 변혁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건설 현장에는 크레인이 쉴 새 없이 움직였고, 각국 투자사 관계자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 머이' 개혁을 통해 시장경제를 본격 도입하며 외국인직접투자(FDI) 확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개방형 경제 정책을 전개해 왔다. 이에 정치적 안정, 8% 내외의 경제성장률, 적극적인 해외 자본 유치 정책이 더해지면서 외국인 투자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우건설이 추진하는 흥옌 신도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한 클린산업단지는 현지 기업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사회 인프라에 기여하며 베트남 시장에서 모범적인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법적 절차 단순화, 토지·세제 인센티브 확대 등 투자 유인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0만 가구 이상의 사회주택 건설이 이뤄지고, 북부·중남부에서는 신규 산업단지 개발이 활발하다.

하지만 뜨거운 투자 열기 이면에는 우려도 존재한다. 임금 상승, 인허가 지연,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변동성은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리스크다. 단순 저임금·공급 우위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지속 성장의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현지 전문가들은 베트남에서 성공하려면 철저한 현지화, 신뢰 기반 파트너십, 장기적 리스크 분산이 핵심이라고 진단한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 친환경 비즈니스, 청년층 중심 IT 산업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부상하며 판을 바꾸고 있다.

이제 베트남은 생산기지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과 '상생'이라는 과제를 던지는 신흥시장이다. 한국 기업에게는 한 발 앞선 현지화 전략과 기술혁신,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 결합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현장에서 본 베트남은 단순한 '기회의 땅'이 아니다.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VTK(Vietnam Together Korea)가 운영 중인 베트남 흥옌성 클린산업단지.2025.7.17/뉴스1 ⓒ News1 조용훈 기자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