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베트남에 'K-산단' 실험 성공…'흩어진 기업' 한지붕 아래로

[K-건설, 글로벌 승부수]⑤-1 흥옌 클린산업단지, 분양률 70% 돌파
공공주도 플랫폼 산단…"정책·운영·복지 등 현지 올인원 지원"

편집자주 ...국내 주택·SOC 시장의 급격한 위축 속에서, 건설사들의 생존 경쟁이 해외로 본격 옮겨가고 있다. 체코 원전, 사우디 발전소, 미국 제조공장 등 전략적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지며 K-건설의 글로벌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스1'은 산업설비·SMR 등 차세대 수주 품목, 지역 다변화 전략, 정부와 업계의 협력 방안을 중심으로 우리 건설사의 해외 재도약 가능성을 살펴본다.

VTK(Vietnam Together Korea)가 운영 중인 베트남 흥옌성 클린산업단지.2025.7.17/뉴스1 ⓒ News1 조용훈 기자

(베트남 흥옌성=뉴스1) 조용훈 기자 = 지난 17일 방문한 하노이 남동쪽 36㎞ 지점에 위치한 베트남 흥옌성 리트엉켓. 준공을 마친 흥옌 클린산업단지에 들어서자, 플랫폼형 산업단지로의 변화가 곳곳에서 현실로 체감됐다. 더 이상 단순한 부지 공급에 그치지 않고, 집단 협상력과 현지 맞춤형 '올인원' 지원을 내세운 새로운 기업 생태계 실험장이 펼쳐져 있었다.

흥옌 K-산단, 맞춤 지원센터로 중소기업 신성장 견인

VTK(Vietnam Together Korea)에 따르면, 현재 흥옌 K-산단의 분양률은 70%를 넘어섰다. 산단 전체에 적용된 공공주도의 체계적 시스템과 한국형 운영 모델, 현지 상황에 맞춘 인프라가 곳곳에서 기업 활동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 산단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KBI건설, 신한은행 등 한국 컨소시엄(지분 75%)과 베트남 TDH 에코랜드(25%)가 합작한 VTK가 설계·운영 전반을 담당한다. 143만 1000㎡(43만 평)에 달하는 부지에 현재 26개 기업이 입주해 활기를 더하고 있고, 전체 입주사에서는 4억 달러 이상의 공장 및 설비 투자를 이미 확정했다.

산업단지 중심부에는 입주 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센터와 다양한 서비스시설이 들어서, 기업별 필요에 맞춘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진다. 유연한 집단 협상력과 체계적 공공주도 운영 모델은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경쟁 기준이 되고 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공공주도 플랫폼, "흥옌 K-산단 집단 협상력 극대화"

흥옌 K-산단의 가장 큰 차별점은 '플랫폼' 개념이 실제 운영에 구현됐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단순히 부지만 공급받는 게 아니라, 입주 즉시 행정, 금융, 세무, 노무 등 각종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지순 VTK 지사장(LH 해외건설사업단장)은 "과거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에서 뿔뿔이 흩어져 사업상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공공주도 플랫폼 시스템 안에서 집단 협상력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하게 됐다"며 "이런 투명하고 체계적인 협력이 산단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산단의 가장 큰 강점은 기존의 '각자도생' 환경에서 벗어나 집단 네트워킹과 조직화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점이다. 현지 산업지형 분석, 공급망 연결, 산업별 기능 맞춤화 등 심화된 서비스로, 입주 기업들의 현장 애로가 훨씬 신속하게 해결된다.

일본과 싱가포르 등은 수십 년 전부터 집단적·정책적 산단 운영 경험을 쌓아왔으나, 한국형 산단은 최근 들어 조직적 집단협상, 공공주도 네트워킹의 효과를 본격적으로 실감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공공이 직접 시장 리더로 나서 협상과 행정, 지원까지 투명하게 집행하는 모습을 보며 신뢰가 생겼다"고 말했다.

VTK(Vietnam Together Korea)가 운영 중인 베트남 흥옌성 클린산업단지.2025.7.17/뉴스1 ⓒ News1 조용훈 기자
산단 내 '올인원 인프라'…"현지 기업 신뢰와 성장세 확보"

흥옌 K-산단이 현지 기업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는 또 다른 이유는 '올인원 현지 맞춤 지원' 체계 덕분이다. HR, 물류, IT, 식음, 콜센터, 교통·숙소 연계 등 각종 인프라와 복지 서비스가 단지 내 통합 제공된다. 소규모 중소기업도 별도의 식당이나 복지시설 걱정 없이, 산단 기반 시스템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차영호 VTK 파견 주재원(LH 차장)은 "현지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토지 매입부터 인허가, 공장 운영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입주 기업들은 안심하고 사업에 몰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입주사 관계자는 "VTK의 체계적 관리와 집단화 서비스 덕분에 베트남 시장에서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유발효과만도 약 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산단 측은 내다보고 있다. 안전한 전력망과 신속 대응 지원 시스템, 복지 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현장 만족도도 꾸준히 상승 중이다.

베트남의 법·제도·노무 시스템이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공공주도의 투명한 운영과 표준화된 서비스, 한국형 복지 모델은 기업들에게 중요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 진출한 중소업체들은 집단 네트워킹을 통해 목소리를 키우고, 단체로 각종 행정·세제·복지 혜택을 받는다.

2차 K-산단은 260만㎡ 규모로 확장해 대기업 중심의 첨단산업 기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국내 일부 대기업이 입주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맞춤형 혁신, 집단 거버넌스, 신속한 위기 대응력을 내세운 흥옌 K-산단의 플랫폼 실험은 베트남 산업지형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모범사례로 부상하고 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