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인샬라'에서 실행으로…사우디가 달라졌다
- 윤주현 기자

(주바일=뉴스1) 윤주현 기자 = 아랍어로 '신의 뜻대로'를 의미하는 '인샬라'(Inshallah). 신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겸허한 뜻을 지니지만, 무슬림 문화권에서는 '게으름'과 연결돼 외부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오랜 시간 '인샬라'에 머물며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바꾸지 못했고, 국민들은 일자리보다는 정부 보조금에 기대는 데 익숙했다.
하지만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등장 이후 사우디 사회는 큰 변곡점을 맞았다. 그는 5조 리얄(약 1500조 원) 규모의 국가 개조 프로그램 '비전 2030'을 발표하며 탈석유, 산업 다각화를 추진했고, 실질적인 성과와 속도를 중시하는 새로운 국가 운영 기조를 확립하고 있다.
빈 살만은 산업 다각화뿐 아니라 국민 인식과 문화까지 바꾸려 애쓰고 있다. 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인샬라'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성과와 속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국가 운영 기조를 재편하고 있다.
사우디 건설 현장의 실무자들도 변화를 피부로 느낀다. 과거 무계획했던 발주 절차는 일정한 틀을 갖추기 시작했고, 관료와 공무원들의 태도도 예전과 다르게 긴장감이 느껴진다. 한 건설사 실무자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천지개벽"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유가 하락과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사우디는 여전히 한국 건설사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1970년대 현대건설이 주바일 산업항을 건설하며 첫 발을 내디딘 이후, 반세기 가까이 그 발자취는 사우디 전역에 이어지고 있다.
변화한 사우디는 비전을 함께 실현할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 다행히 한국 건설사들이 여전히 그 후보군 맨 앞에 서 있다.
수십 년간의 쌓은 신뢰와 경험은 한국 건설사들이 이 땅에서 통하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이제는 '인샬라'에서 머무르지 말고 계획과 실행, 결과로 말하는 파트너가 될 때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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