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푸드코트 있는 싱가포르 아파트

싱가포르 호커센터 내부(유네스코 유튜브 갈무리)

(싱가포르=뉴스1) 오현주 기자 = 과자 한 봉지가 1만 원에 육박할 정도로 물가가 살인적으로 비싼 싱가포르. 그러나 6월 말 취재차 찾은 현지에서 7000~9000원이면 국수·볶음밥 등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바로 공공 푸드코트 센터인 '호커센터'(Hawker Centre)였다.

싱가포르에서는 전 국민 80%가 거주하는 공공 아파트 단지 HDB(Housing Developemetn Board·한국의 주공 아파트 격) 1층마다 호커센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호커'(hawker)는 길거리에서 음식을 팔던 상인을 뜻하는 단어다. 정부가 이 문화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 관리한 결과 지금의 호커센터로 발전했다.

쉽게 말해 '호커센터'는 누구나 부담 없이 들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야외 푸드코트다. 무엇보다 다문화 사회인 싱가포르에서 주민 간 화합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실제 다양한 인종의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편안한 차림으로 식사를 즐기고 있었고, 열린 공간 특성상 많은 관광객이 방문해 식사를 즐기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호커센터가 2020년 싱가포르 최초로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공동체 기능을 갖춘 호커센터 문화는 국내 아파트 커뮤니티와 사뭇 달랐다. 최근 신축 단지의 커뮤니티 센터는 분양 경쟁을 위한 프리미엄 상품으로 기획된다. 주민 유대감 형성이나 공동체 조성 기능과는 거리가 있다.

올해 초 3.3㎡당 2억 원대에 분양된 서울 강남 단지의 커뮤니티 시설은 주민을 위한 공용 비누·샴푸 제공을 중단했다. 일부 주민이 빈 용기에 샴푸를 담아가는 사례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화려한 커뮤니티 시설과 달리 그 안에는 이웃 간 기본적인 신뢰조차 자라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단순히 단지 커뮤니티 고급화에만 집중하는 것이 맞는지 돌아볼 때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