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타워 3배' 세계 첫 빌딩형 차량기지 T301…GS건설, 9년 만에 결실
[K-건설, 글로벌 승부수]③-2 지하철 985량·버스 670대 수용
축구장 120개 규모…파사드만 8600개 '기술 집약체'
- 오현주 기자
(싱가포르=뉴스1) 오현주 기자
"알록달록하고 엄청나게 크죠? 잠실 롯데월드타워 3개를 눕혀놓은 것과 맞먹는 규모입니다"(조용호 GS건설 소장)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자동차로 15분쯤 달리자,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거대한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전 세계 최초 빌딩형 차량기지 'T301'이다. 2016년 GS건설(006360)이 착공한 이곳은 현재 8월 말 준공을 앞두고 건축 마감 등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T301'은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지하철 차량기지(985량)와 지상 1~5층 규모 버스 차량기지(670대)로 구성됐다. 총 3개 노선의 지하철 985량, 버스 670대가 매일 운행을 마치고 들어와 세차, 도색 같은 경정비를 받는 일종의 '차량 쉼터'다.
기자는 현장에 들어서자, T301의 규모에 압도됐다. 이곳은 전 세계 최대 규모 차량기지로, 연면적 87만㎡로, 롯데월드타워의 2.7배에 달한다. 부지 면적은 48만㎡, 국제 표준 축구장 120개에 맞먹는다. T301에 들어간 철근량도 상당하다. 파리 에펠탑 42개를 지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프로젝트는 GS건설이 수주한 싱가포르 LTA(육상교통청) 역사상 최대 규모 사업이기도 하다. 발주 당시 계약 금액은 무려 1조 8000억 원이었다.
조용호 GS건설 소장은 "공사 현장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한 바퀴 도는 데만도 평균 2만보 정도 걷게 된다"고 말했다.
현장 곳곳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딛고 9년여간 쏟은 노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GS건설은 팬데믹 여파로 공사 기간이 1년 6개월가량 지연됐지만, 역대급 초대형 차량기지의 준공을 앞두고 있다.
철도차량기지 외벽에는 노란색, 주황색, 고동색 등으로 색칠한 돌출된 외벽이 눈에 띄었다. 마치 세련된 현대 건축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외벽은 파사드(외관 정면) 형태로 총 8600개가 제작됐으며, 3차원(3D) 모듈형 설계가 적용됐다. 겉보기에는 가벼운 소재로 이뤄진 것 같았으나, 실제 파사드 하나의 무게는 2.5~5.5톤(t)이었으며, 파사드 1개당 크기는 폭 2.8m·높이 1.6m였다.
이 외관을 만들기 위해 GS건설은 까다로운 공법을 거쳐 수천 개의 파사드를 꼼꼼히 붙였다.
조용호 GS건설 소장은 "공사 초기 이 외관의 시공이 굉장히 까다로웠다"며 "자연 채광과 환기를 확보하면서도 싱가포르의 많은 비를 막아야 하는, 서로 상충하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벽을 약 1m가량 돌출시켜 비가 내부로 들어오지 않도록 설계했고, 빗물이 흘러드는 각도까지 고려했다"며 "각각 수 톤짜리 부재를 크레인으로 지하에서 지상까지 들어서 설치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철도차량기지 맞은편에는 버스차량기지가 있다. 버스차량기지의 노란색 외벽 역시 인상적이다. 이곳 역시 버스 시동 같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흡음판을 천장에 붙였다.
천장에는 스콜이 잦은 싱가포르 기후 특성을 고려해 빗물을 배출하는 '드레인 파이프'와 화재를 대비해 '스프링클러 파이프'도 설치돼 있다. 내부에는 자동 세차장, 버스 도색 부스, 타이어 교체 등 간단한 정비를 위한 시설도 마련됐다.
T301은 전 세계 최초의 '빌딩형 차량기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차량기지의 경우 대부분 단층이지만, T301은 고층 주차장처럼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다.
조 소장은 "싱가포르는 국토가 좁고 땅값이 비싼 만큼 차량기지에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며 "결국 수직으로 차량기지를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T301의 층당 높이(층고)는 14m에 달하는 초고층 구조로 차량 수용을 위한 효율성과 공간 활용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또 T301 현장은 곳곳을 둘러봐도 먼지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잘 정돈됐다. 조 소장은 이날 현장에서 만난 현장 근로자들에게 "잔여 자재가 혹시라도 있는지 살펴보라"고 거듭 당부했다. 싱가포르 LTA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며 쌓아온 GS건설의 신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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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내 주택·SOC 시장의 급격한 위축 속에서, 건설사들의 생존 경쟁이 해외로 본격 옮겨가고 있다. 체코 원전, 사우디 발전소, 미국 제조공장 등 전략적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지며 K-건설의 글로벌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스1'은 산업설비·SMR 등 차세대 수주 품목, 지역 다변화 전략, 정부와 업계의 협력 방안을 중심으로 우리 건설사의 해외 재도약 가능성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