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하나의 잣대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서울=뉴스1) 진희정 건설부동산부 부장 =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찜질방과 냉탕처럼, 서울과 지방 간 극심한 온도차를 드러낸다. 서울 아파트값은 여전히 열기를 품고 있지만, 고강도 대출 규제로 상승세는 점차 둔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지방 시장은 거래 절벽과 미분양 누적으로 얼어붙었다.
이재명 정부는 "도심에 쏠린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서 지방을 살리는 균형 있는 부동산 정책"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온도차'를 정확히 진단하고 지역별로 상이한 해법을 내놓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6·27 대출 규제는 서울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4.2에서 103.7로 하락했다. 10주간 이어지던 상승 흐름이 꺾인 것이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아파트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것이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 거래가가 13억 원을 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의 핵심 통로가 막히자, 수요는 빠르게 위축됐다. 유동성에 기대어 움직이던 투기 수요에 정부가 직접 경고를 보낸 셈이다.
이 같은 조치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는 않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을 반영한다. 과거처럼 보유세 인상 같은 세제 중심의 억제책보다는, 자금 흐름을 조절하는 금융 규제를 통해 과열을 진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달리 지방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냉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 누적된 거래 부진과 미분양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구조다. 그나마 정부는 이번 대출 규제에서 지방을 제외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적용을 6개월 유예하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조치를 시행했다.
또 지방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고려해, 2028년까지 준공 전 미분양 주택 1만 호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하기 위해 25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추경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시장 반등을 이끌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실효성 높은 유인책 마련이 요구된다. 과거 지방 침체기처럼 취득세 감면, 장기보유 양도세 추가 감면, 지방 중소도시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재도입 등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이들 조치는 일반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전국을 하나의 잣대로 접근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수도권에는 유동성 억제가, 지방에는 맞춤형 회복 유인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물이라도 온도는 달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체온에 맞는 정교한 정책 조율이다.
서울을 과도하게 조이면 공급 위축과 가격 불안이 반복될 수 있고, 지방을 방치하면 침체가 고착된다. 정부가 다뤄야 할 것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전국 시장의 '적정 온도'를 맞추는 일이다. 공급 확대, 금융 규제, 지방 활성화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부동산 시장은 비로소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
hj_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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