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힌 메이플자이, 전세값 1억 급락…'세입자 모시기' 비상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적용…신규 입주 단지 직격탄
대출 불가에 전세 수요 이탈 가능성…집주인, 눈높이 낮춰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집주인이 전세 계약 의사만 확실하면 1억 원 정도 더 깎아줄 수 있을 거예요."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새 아파트 전세시장에 직격탄에 날리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는 전셋값 1억 원 이상 낮추는 사례가 속출하며 '세입자 모시기'에 나섰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6·27 대출 규제 강화 조치에서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대상에 기존 분양단지를 포함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세입자가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날 해당 주택의 소유권이 동시에 이전되는 방식으로, 적은 자금으로 신규 분양 물건에 진입하려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세를 끼고 잔금을 치르려던 수분양자들이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세입자 역시 대출이 막히면서 신규 입주 아파트 임대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정책은 곧바로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메이플자이(3307가구)는 일부 집주인들이 전세 가격을 최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낮췄다. 현재 전용 84㎡의 전세는 14억∼16억 원에서 형성돼 있다. 불과 한 달 전인 6월 초만 해도 15억 원부터 시작한 것 비교하면 1억 원 이상 급락했다.
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과 자기 자금으로 전세 계약을 고려했던 예비 세입자들이 자금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며 "대책 발표 이후 계약을 보류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입주 초기 전세가격 하락은 통상적인 현상이지만, 이번에는 대출 규제 여파가 더해지며 하락폭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단지 입주 초기에는 원래 전세 물량이 몰려 가격이 흔들리지만, 이번에는 집주인들이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 압박을 심각하게 받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며 "일부는 '생존'을 걸고 세입자를 구하려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메이플자이의 일반분양은 162가구다. 일반분양 물량은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이 불가능해 조합원 물량 대비 1억∼2억 원 저렴하다. 이마저도 세입자가 100% 현금으로 충당하긴 어렵다. 현지 중개사 관계자는 "손님들은 단순히 저렴한 시세를 보고 문의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계약갱신이 어렵다고 설명하면 수긍하고 선택지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세입자들이 8월 말까지는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현금 마련이 어려운 세입자들 가격하락을 기대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하철역과 가까운 동호수의 경우 선호도가 높아 전세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선호도 낮은 매물은 더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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